기발한 어린이들에게 박수를/김재설(해시계)

기발한 어린이들에게 박수를/김재설(해시계)

김재설 기자 기자
입력 1993-06-15 00:00
수정 1993-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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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면 바로 내가 지금 살고있는 동네에서 엑스포가 열린다.근 1천만명의 손님이 몰려들것이라는 이 행사준비로 동네가 말끔해졌고 대전발전이 근 10년은 앞당겨 졌으리라 생각한다.이 기회에 엑스포참관도 할겸 또 우리 사는 모습도 보려고 내 집을 찾겠다는 손님도 여러분이다.산 위에서 내려다 보면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엑스포장은 장관이다.아직 개막되려면 한달여가 남았는데 벌써부터 휴일이면 이곳을 찾는 관광버스로 과학관 앞 그 넓은 주차장이 꽉 메인다.나도 꼭 한번 가보리라 하면서 이제까지 가보지 못한 것이 꼭 덕수궁 구경안한 촌사람은 없어도 정작 덕수강 안 가본 서울사람 많다는 격인가.

그런데 이 동네 어린이들이 다니는 인근 국민학교에서 좀 우스운 일이 있었단다.93년 엑스포 장소를 묻는 시험문제에 「복지관 옆 공터」라고 쓴 어린이들이 많았고 이것이 정답 「대전」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두 오답으로 처리되었다는 이야기다.다른 곳에 사는 어린이들에게는 대전이 정답이겠지만 이 동네 어린이들이 바로 동네안의 한 장소를 더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외워서 얻은 지식이 아니라 체험으로 얻은 지식이라는 점에서라도 더 정답이어야 하지 않을까.이들의 답이 그 정확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곳에 사는 어린이들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는 말하자면 우리 교육의 일률성·획일성을 본다.

우리가 정진하는 여러 학문중 완전히 정답과 오답이 가려질 수 있는 것은 수학 뿐이다.사회현상을 규명하는 인문사회과학은 물론이요 물성과 수를 다루는 자연과학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정확한 답은 있어도 완전무결한 답은 없다.반대로 더 부정확한 답은 있지만 완전히 틀린 답도 있을 수 없다.따라서 4지선다형 같은 객관식 문제는 엄밀한 의미에서 문제로서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그 보다는 어떤 답을 내놓든지 그 사고의 합리성과 논리의 적합성이 더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한다.그리고 그것은 국민학교에서부터 시작되고 훈련되어야 한다.미리 정해진 답 외에 모든 다른 답은 틀렸다는 판정에는 강한 이의를 제기한다.세상만사에 어찌 답이 하나 뿐일까.또 아주 기발한 답을 내는 경우 만점을 초과해서라도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우리 국민학교 교실에도 지금 남이 생각 못하는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발휘하는 어린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이들이 상찬받지 못하고 획일성에 묻혀 버릴 것을 강요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20년뒤 자랑스런 우리 과학자의 싹을 잘라버리는 어리석음이 아닐까.주류(Main Stream)를 벗어 난 기발한 어린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자.<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산업응용팀 사업책임자>

1993-06-1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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