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약사/한약조제권 영역 싸움 “가열”

한의사/약사/한약조제권 영역 싸움 “가열”

박건승 기자 기자
입력 1993-04-07 00:00
수정 1993-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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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도 의약품… 조제·판매는 고유 권한/약사/3∼6주 교육으로 임의조제는 화초래/한의/“「밥그릇다툼」에 국민만 피해” 우려도

한약조제는 한의사만의 고유권한인가 아니면 약사에게도 허용돼야 하는가.

한의사와 약사의 한약조제권을 둘러싼 공방이 한달이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특히 서로를 비난하는 지상 성명전을 전개한데 이어 「한의사면허증 반납」과 「한약 덤핑판매」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준비하고 있어 자칫 업권수호 다툼에 국민만 희생양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4일 보사부가 80년에 개정한 약사법시행규칙중 「약국에서 재래식 한약장을 둘 수 없다」는 조항(제11조1항7호)을 삭제,5일부터 약사들의 한약조제를 사실상 전면 허용한데서 비롯됐다.

한의사측은 이에대해 집단시위와 1백만명 반대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지난 2일 전국 규모의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조직적인 저항을 보이고 있다.

보사부는 새 약사법시행규칙 마련과 관련,『문제의 조항은 약사법상에 보장돼 있는 약사의 한약조제권 조항과 위배되기 때문에 삭제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한다.그러나 한의사측은 『현행 약사법에서는 의약품(제2조4항)과 한약(제2조5항)은 정의부터 별개의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며 『제21조1항에서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고 규정,약사의 업무범위를 한약이 아닌 의약품(제2조4항)으로 국한하고 있기 때문에 약사의 한약조제는 잘못된 법해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또 한의학과 양의학은 그 근본원리가 전혀 다른 것이며,약사는 이화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양의학적 교육에 따라 자격이 부여된 반면 한약은 방제(약의 조합)가 중심인 처방이론을 근본으로 하므로 약사가 한약을 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 허창회회장은 『2∼3과목의 수강이나 3∼6주 가량의 조제기술 습득으로 진단·처방뒤 한약을 임의조제하는 것은 한의사가 양약과 주사치료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체질을 무시한채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한약조제는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한의사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약사측은 『한약도 의약품이며 의약품의 조제및 판매업무는 약사에게만 부여된 고유의 권한이자 책임』이라고 응수하고 있다.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하는 한방의료분야의 전문직능인이지 의약품관련 전문가로 볼수 없다는 것.

대한약사회 권경곤회장은 『약학은 양·한약을 가리지 않고 약리작용을 규명하고 그 효과를 추구하는 학문』이라며 『한약 역시 그것이 갖고 있는 약리작용에 따라 과학적으로 투약돼야하며 이를 위해 약대에서도 한약관련과목을 상당히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약국의 재래식 한약장설치 금지조항이 이제야 삭제된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편 한약조제권에 대한 이러한 시비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해묵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이나 소비자단체는 이번 사건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즉 이 문제는 한의사와 약사의 업권다툼으로만 볼것이 아니라 국민건강에 미치는 득실을 생각해서 엄격히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약사의 한약임의조제」에 관한 공청회에 참석한 소비자생활교육원 김성자원장은 『현행 양·한방으로 이원화된 의료제도 아래서 국민은 독립된 기관으로부터 최상의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즉 의료비는 생명유지비용이기 때문에 가격보다 질의 우수성에 바탕을 둬야 하며 어떠한 경우든 인간이 실험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때 이번 사건은 법체계를 둘러싼 양측의 「밥그릇싸움」이전에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의료의 전문성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고 소비자의 안전성을 보다 확고하게 담보할수 있는 방향으로 당국이 적극 개입,소모적 논쟁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박건승기자>
1993-04-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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