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즉석연설/임춘웅 뉴욕특파원(오늘의 눈)

클린턴의 즉석연설/임춘웅 뉴욕특파원(오늘의 눈)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3-02-20 00:00
수정 199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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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17일 밤 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 발표한 그의 첫 연두교서가 즉석연설이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밤 거의 원고를 보지 않고 연설을 계속해 나갔는데 의회의 예산분야 수치를 언급하는 도중 약간 더듬거리면서 다소 생소한 말이 튀어 나왔다.이때 야당인 공화당 의석에서 조소가 터져나왔는데도 그는 전혀 당황함이 없이 『나의 우군인 공화당의원 여러분,여러분이 지금 웃을 수는 있지만 예산을 다루는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세상 돌아가는 것보다 더 보수적일 뿐 아니라 때로는 같은 공화당원인 부시 전임 대통령보다 더 우파적이란 사실을 명심하십시오』라며 조크로 받아 넘겼다.

대통령을 너무 진보적이라고 몰아붙이지 말고 협조해달라는 함축 이외에 조크 자체에 별다른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때야 시청자들은 클린턴대통령이 원고대로 연설을 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3명의 연설문 작성자와 보좌관등 최하 1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수백 시간을 들여 만들어놓은 연설문과 실제 클린턴이 한 연설내용은 전혀 달랐다는 게 백악관 쪽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이다.그는 보좌관들이 올린 연설문을 손질을 한게 아니라 아예 자기 말로 다시 써버린 것이다.

클린턴의 손질은 17일 낮무렵까지 계속됐는데 이 때문에 인쇄작업이 늦어져 연설문 원고가 대통령이 연설을 하기위해 의사당에 들어서기 직전에야 의원들에게 배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배포가 이렇게 늦어진 것은 20년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회 관리들은 밝히고 있다.

대통령의 연설이 즉석연설이어야 할까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토씨 하나도 틀림이 없어야 할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세심한 주의가 불가능한 즉석연설로 한다는 것은 시각에 따라서는 성실치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번 클린턴의 연설은 즉석연설이라기보다는 자작연설이기도 했지만 문제는 클린턴의 의도다.1981년 세칭 「레이건혁명」으로 통하는 레이건대통령 연설이래 미국경제정책에 일대 변혁을 초래할 그의 메시지에 자신의 혼과 가슴을 담고 싶었을 것이란게 클린턴을 잘 아는 사람들의 뒷얘기다.클린턴은 주지사 때도 중요한 연설은 원고를 직접 써 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이같은 열정은 연설문을 만지느라 정신이 없었던 17일 하오에도 ABC TV의 피터 제닝스등 영향력 있는 앵커맨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그의 목표를 설명하고 또 전화를 통해 유력 인사들에게 설득작업을 편데서도 알 수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대단히 정력적으로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새벽 조깅으로부터 시작해서 밤이 깊도록 끊임없이 일을 하기 때문에 백악관 보좌관들은 퇴근시간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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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국문제를 풀기위해 밤잠을 설치고 그의 정책에 혼을 담기위해 직접 연설문을 쓰는 클린턴 대통령이 신선하고 믿음직스럽다.
1993-02-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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