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해(외언내언)

책의 해(외언내언)

입력 1993-01-04 00:00
수정 1993-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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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서 책에 대한 관점은 지금 매우 산만하다.우선 양서의 개념이 없다.어떤 책도 내용의 질을 들어 거론하지 않는다.많이 팔리고 있는 책이면 그것으로 쉽게 좋은 책이 된다.그러나 베스트셀러란 한 사회의 흐름을 반영하는 증상으로 보는 것이지 어떤 책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간혹 베스트셀러들 중에서도 스테디 셀러로 변하면서 생명력이 길어지는 것도 있긴 있다.하지만 무척 드문 일이다.

고전과 명저들에 대한 관심도 크게 줄어들었다.60년대만 해도 우리 출판계를 먹여 살렸던 것은 교양 사상전집시리즈들이었다.현재엔 단 1종의 시리즈도 나오는 것이 없다.전에 나왔던 목록마저 조각조각나서 개별적으로 돌아다니다가 오늘의 경향에서 잘팔리는 책들속에 묻혀져 있다.서점가에서 보면 무관심품목에 들어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까 취약한채로 조금씩 이루어지는 독서운동도 현재 반응이 있는 무성격한 수필집들이나 대중적 소설들을 권하는 단계로 바뀌었다.그런가하면 영상문화가 확대되고 있다.영상문화는 인쇄문화를 수용할 시간을 줄여갈뿐 아니라 읽기능력까지 변화시킨다.쉽고 가볍게 쓴 책이 점점더 잘 읽히는 이유도 사람들의 감각이 보다 영상적이 되고 있다는데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책의 문화란 수세기에 걸쳐서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 저서들이 중추에 있는 문화를 말한다.그리고 이런 고전양서들을 또한 사회가 체계적으로 권장하고 공급해 주는 문화를 말한다.이 일을 담당하는 것이 기능적으로는 공공도서관이다.그리고 학교교육은 좀 읽기에 어렵고 성가셔도 읽을만한 책을 읽히게 하는 강요적 프로그램들을 책임진다.

이 어느 기능도 지금 우리에겐 없다.때문에 책의 문화는 선정적 소비문화의 한 부분이 되어 있다.1993년 「책의 해」가 시작된다.세계적으로도 드문 이 책의 이벤트는 지금 너무 위축돼 있는 우리사회의 교양과 양서의 기준이나마 바로잡는데 쓰여져야 할 것이다.

1993-01-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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