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의 그릇된 풍토(사설)

한국스포츠의 그릇된 풍토(사설)

입력 1992-07-14 00:00
수정 1992-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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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심신이 깨끗한 선수들이 펼치는 선의의 경쟁이어야 한다.여기에 승부와 기록을 조작하는 음모가 개입된다면 스포츠정신을 모독하는 일이다.프로스포츠가 성행하면서 아마추어정신이 많이 퇴색되고 올림픽마저 상업주의에 물들어가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올림픽의 기본이념만은 살려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이를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그 노력의 하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엄격한 도핑 테스트(약물복용검사)이다.IOC는 체중감량을 위한 이뇨제,근육강화를 위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흥분제 등을 일체 복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 선수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 인간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어기는 바람에 불행한 사태를 자초하는 선수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그 대표적인 사례가 88서울올림픽때의 「벤 존슨파동」이다.벤 존슨(캐나다)은 서울올림픽 남자1백m결승에서 9초79의 경이적인 세계신기록을 세우면서 우승했으나 도핑 테스트에서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금메달을 박탈당하고 기록도 취소되고 말았다.90년 북경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는 우리나라 여자역도선수 2명이 약물복용으로 출전자격을 잃었던 일도 있었다.

이같은 불행한 사태를 직접 목격했던 바르셀로나올림픽 한국대표선수 4명이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앞으로 정밀검사를 해보아야겠지만 이들중 2명은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것이 사실이라면 단호한 제재와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이 문제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선수자신에게 있다.약물복용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메달에 현혹돼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다면 선수로서의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선수관리에도 허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우리나라선수들의 약물복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발표된 한 통계에 따르면 국가대표급선수의 15·8%가 약물을 복용한 경험이 있고 약물복용의 이유는 「기록도전의 열망때문」에가 49·9%,「금메달을 따기위해서」가 27·6%로 나타났다.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금메달만 따내면 부와 명예를 한손에 움켜쥘 수 있다는 한국적 스포츠의 그릇된 풍조가 선수들에게 만연되어 있는 것을 이 통계는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을 조장해온 것이 누구인가를 KOC는 차제에 깊이 반성해야 한다.

선수들과 숙식을 같이해온 코칭 스태프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코칭 스태프라고 해서 선수들을 일일이 따라다닐 수는 없겠지만 양식있는 지도자라면 선수들에게 약물복용에 대한 경각심을 늘 일깨워야 한다.그런데도 그것을 소홀히 했다면 선수와 함께 책임을 느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올림픽출전에 앞서 약물복용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가 약물복용사실이 밝혀져 메달을 박탈당했다면 어쩔 뻔했는가.상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옳지 않은 방법으로 이기는 것보다 깨끗하게 지는 것이 훨씬 값지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기회에 명심해주기 바란다.
1992-07-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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