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일제 만행의 진상(사설)

드러나는 일제 만행의 진상(사설)

입력 1992-02-10 00:00
수정 1992-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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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정신대(종군위안부)만행의 진상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미야자와(궁택)일본총리 방한을 계기로 폭로된 국민학교 10대소녀동원의 진상은 만행의 정도가 얼마나 악랄하고 비인간적인 것이었던가를 보여주는 자료로 충격을 주었었다.이번에 일본과 한국에서 연이어 발견된 새로운 자료들은 일제가 얼마나 조직적으로 깊이 정신대만행을 주도했나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로 주목된다.

한국에서 밝혀진 자료는 일본국회도서관에 소장된 일본 「법령전서」(44년8월호)로 한인여성을 정신대로 동원할 수 있게한 「여자정신근로령」전문이다.일왕의 칙령으로 일본은 물론 총리등 4명의 각료가 서명하고 있는 생생하고도 확실한 자료다.일본 교도(공동)통신이 보도한 일방위청자료도 정신대의 동원이 일제전시내각의 주도와 군수뇌부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것임을 입증하고 있다.

정신대문제가 처음 보도되기 시작했을 때 일본정부는 일제의 관여사실 자체도 부정하고 민간차원의 매춘행위로 호도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었다.새로운 자료가 여기저기서 제시되어 어쩔 수 없게되자 옛 일본군이 관여했음을 인정한다는 정도의 애매한 자세로 사태가 진정되기만 기다리는 듯한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왔다.새 자료가 그것은 일왕의 재가까지 받아 정부차원에서 행한 만행임을 입증하게된 이제 일본정부는 또 무슨 변명을 하고 어떤 대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일제가 저지른 반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만행은 비단 정신대뿐이 아니다.살아있는 인간을 세균전목적의 생체실험 재료로 동원한 중국만주에서의 저유명한 관동군 731부대의 만행이라든가 남경대학살등을 비롯해 한반도와 중국 그리고 동남아를 무대로 저지른 일제의 만행은 독일나치스의 유태인박해와 학살만행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전후 독일에선 유태인학살의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고 범죄자들이 처형되었으며 도망자가 지금까지도 추적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후의 일본에선 단 한번도 스스로 일제만행의 진상을 규명하려 노력한 흔적이 없었다.불가피한 애국행위로 옹호되는 분위기마저 있었다.교과서 왜곡파동과 이번의 정신대사건 진상규명과정에서 처럼 가능한한 은폐와 외면과 변명으로 일관해온 것이 일본정부 태도였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선진문명 대국이된 일본으로서는 과거의 일본이 식민지여성을 동원한 매춘강요라든가 생체실험과 민간인 대량학살 등의 야만행위를 조직적인 정부주도로 감행한 사실을 부끄럽고 창피해서 제대로 보고 듣고 인정하기는 물론 후세에 가르치기도 싫을지 모른다.그러나 오늘의 일본은 그것을 해야한다.그러기 위해선 우선 진상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밝히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일제만행의 진상을 은폐하고 외면하기보단 철저히 규명하고 결과에 대한 응분의 청산을 하는 것이야말로 일본의 양심과 긍지가 해야할 제1의 급선무일 것이다.세계와 동아시아및 한국의 대일 신뢰를 위해서도 그것은 제일먼저 해야할 일의 하나일 것이다.일본이 주도하고 한·중·동남아 등의 협조를 얻는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인 일제만행진상규명및 청산국제조사위원회 같은 것이라도 구성한다면 일본을 보는 세계와 아시아의 시선은 한결 달라질 것이다.
1992-02-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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