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오랜동안 선교활동을 했던 미국 젊은이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젊은이는 우습게도 누구에게 술을 따르거나 음식을 권할때면 자꾸만 두손을 받쳐드는 버릇이 나오공 한다고 피력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그런 버릇은 오로지 한국사람에게서 익혀진 후천적 습관이노라고 했다. ◆그 청년은 또 그런 몸가짐이 이미 자기에게 배어진 인격적 덕목인것 같아서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기백이 팔팔한 젊은이라도 어른 앞에 서서 두손을 앞에 모으고 깊숙히 절을 하는 한국의 예절이 감동적이었고,그런 태도가 신중하고 사려깊은 인격을 만들어주는 것같아 참 좋아햇다는 것. 그것이 몸에 배어서 껑충한 청바지에 빛바랜 진셔츠차림의 파란눈의 외국청년에게,두손을 모아 술잔을 올리는 버릇을 정착시켜준 셈이다. ◆「설날」은 「세배의 명절」이다. 할수있는 모든 사람에게 절을 하고 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서 절을 받는 날이다. 우리로 하여금 「동방의 현자」 같은 인상을 지니게 하는 대표적인 요소가 「절」인 것이다. 머리에 무엇인가 잔뜩 이고가던 아주머니들이시라도,길에서 사부인을 만나면 길섶에 인 걸 내려놓고 진땅을 불고하고 맞절을 한다. 자식을 주고받은 사돈끼리의 예절에서 그렇게 엄격한 것,그것이 절의 법도다. ◆이런 법도의 기준이 되는 날이 설날이다. 그중에도 음력 설날에,절의 정서가 더 많이 배어있는 것같아서 좀처럼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어른들이다. 그 뜻이 받아들여져 새삼스럽게 연휴가 더 늘어났다. ◆일요일까지 합쳐 나흘씩이나 「노는 날」이 이어지는 올해 설날이 다가왔다. 전쟁에,국내사태에 마치 곧 분해될 것같은 어수선함 속에 이 나흘을 맞게 되었다는 일이 다소 부담스럽다. 어른이나 찾아뵙고 예의나 법도를 한번 되새겨 보는 일이 제일 보람있을 것 같다. 사람사는 도리에 무디어진 것이,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의 근원일 터이니까.
1991-02-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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