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부가 또한번 경조사 과소비를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2월1일부터 결혼식과 장례식 등 지나치게 많은 화환을 진열하면 혼·상주들은 고발하고 보낸 사람명단은 공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글쎄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누군들 이 일에 이의를 달리야 없을테지만 또 누구나 한없이 지루한 엄포라는 인상도 받을 것이다. ◆우선 지루하다는 얘기부터 해보자. 허례허식은 망국의 병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통령령 「가정의례준칙」을 만든 것이 1973년이다. 80년에는 또 법률이 되었다. 준칙에는 상복을 따로 만들지 말라는 것까지 들어 있고 법률에는 기관단체명의 부고나 화환·화분 등의 명의를 표시한 진열이 금지돼 있다. 81년엔 시행령을 개정해서 손으로 쓴 청첩장은 용인하고 상례엔 10개,결혼식엔 2개씩의 화환을 허용키도 했다. ◆그러나 누가 이것을 기억하며 지켰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법적제재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결혼식 답례음식점을 시범삼아 급습했다가 특별단속반만 고역을 치렀던 사건도 있다. 허례허식의 장본인은 통칭 상류층·부유층·고위층이지 보통국민이야 무얼 하려해도 가진 것도 없다는 불만만 쏟아졌다. 군·구까지 의례준칙 위반자 신고창구를 만들고 호화혼수를 주고 받은자 명단을 국세청에 넘겨 증여세를 받겠다는 정책도 세웠었다. ◆이 역시 누구 하나나마 증여세를 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해마다 한번씩 고발하겠다는 원칙의 확인은 오히려 이 지루한 엄포를 더 지루하게 만든다는 측면도 갖고 있다. 의례에 있어 허례허식은 실은 보통개인에 의해서보다 그 사회의 흐름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늘 이 흐름은 그 사회의 상층부 삶의 가치관과 양식에서 결정된다. ◆허례허식과 싸우는 실질은 시중에 있지 않다. 지도층을 정말 고발할 수 있든가 아니면 지도층이 허례허식을 벗어나든가,그렇게 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일이 더 가능한 접근이다.
1991-01-25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