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민주화와 새 위상 확립/건군 42주년 국군의 날에(사설)

군의 민주화와 새 위상 확립/건군 42주년 국군의 날에(사설)

입력 1990-10-01 00:00
수정 1990-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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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의 면모가 바뀌어가고 있다. 한때 팽팽한 찬반논의를 불러 일으켰던 군조직개편이 이뤄졌고 국방공무원제 도입이 검토되는 등 국방행정의 문민화가 시도되고 있다.

군이 왜 불신을 받는지 현역장성이 솔직히 자문하는 내용의 글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필자는 「군위상 확립의 길」이라는 글에서 『군이 그간 국가발전을 위해 큰 공헌을 했음에도 군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굴절되고 부정적이며 불신이 팽배하여 좀처럼 씻겨지지 않을 골이 패어 있음을 숨길 수 없다』고 전제하고 다섯가지 원인을 꼽았다. 그 글 내용에 대해 여타의 군장교들이 군개혁의 당위성을 대변한 것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해졌었다.

그러한 몇몇 현상들이 모두 예상되는 주한 미군의 감축 등 안보여건의 변화와 국민의식 개혁의 추세에 부응하고자 하는 군의 적극적인 대응자세라 여겨져 국민적 공감을 얻은 바 있다. 또한 민군의 안보공감대 조성을 위한 새로운 자세와 결의의 천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군도 이른바 「신사고」 또는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시대가요구하는 태세를 확립하는 일은 국민적 요청인 동시에 오늘 우리 국군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임을 군 스스로가 자각한 결과인 것이다.

제42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건국 40여년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 군은 6·25전쟁에서 보여준 자기희생과 그 후의 국가안보 및 국토건설에의 참여,그리고 숱한 대민지원사업 등으로 국가와 국민에 많은 공헌을 해왔음에 틀림없다. 지난번 수재 때 군이 보여준 구조활동과 복구사업을 통해서도 국민은 평상시의 군의 역할을 새삼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군의 현역장성이 지적한 바 민과 군 사이에 패어 있는 「깊은 골」은 무엇을 얘기하는가. 흔히 군과 민은 고기와 물에 비유된다. 오염된 물 속에서는 고기가 살기도 어렵지만 물을 떠난 고기는 더욱 생각할 수 없다. 군자체로부터 민군 사이의 깊은 골이 인식됐다는 것은 군이 민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됐고 국가민족에의 기여에도 불구하고 군 본연의 전문화·직업화·중립화에 만전을 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되는 것이다.

요컨대 형식논리와 실제면에서 모두 「군민관계」가「민군관계」로 위상 확립돼야 한다는 군의 자각과 성찰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군의 민주화 및 정치로부터의 중립을 보장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군인복무규율 개정안」(대통령 령)과 「국군병영생활 규정안」(국방부 훈령)을 국방부가 확정한 것은 시대흐름에 비춰 적절한 조치였음을 지적할 수 있다.

군의 민주화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요구는 「5·16」 「12·12」 「5·17」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개입」이 빚어낸 부정적 결과에 대한 국민적 반응이었다. 제6공화국에 들어서의 민주화 과정에서 이같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개혁의지는 민군 양쪽으로부터 제기되었다. 특히 금년 초 육군참모총장이 「지휘서신」이나 「새 위상 확립에 관한 결의」를 통해 과거에 대한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전제로 국민의 진심어린 신뢰를 받는 군으로 환골탈태할 것을 다짐한 바도 있다. 국민들은 그러한 군의 의지를 시대정신과 국민의사에 합치되는 것으로 믿고 환영했던 것이다.

이제 시대는 민주를 구가하고 있다. 국민도 자율과 자유의 토대 위에 서있다.사회는 엄청나게 다양화하고 있고 화해와 공존의 세계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국군은 나라의 방패다. 외침으로부터 국토를 수호할 국군없이는 국가는 존립할 수 없고 국민도 온존할 수 없다. 국가안보의 핵심으로서 군의 이러한 기능역할은 시대상황에 따라 전술기능상의 발전과 외형적 변모는 있을 수 있어도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는 없다. 더욱이 우리는 국민 개병제이다. 국민중 성인남자는 거의 모두 군복무를 했으며 또 하고 있다. 제복의 민이 군이 되는 것이고 제복 벗은 군이 곧 민이 되는 것이다. 국군은 그만큼 국민과 친숙하며 국민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격년제로 시행되던 국군의 날 행사가 올해는 시대추세에 맞춰 대폭 변모됐다는 점에서도 우리는 군의 자기개혁 의지를 읽게 된다. 그 변모를 놓고 언론들은 종전의 군위주의 「위력과시」형에서 탈피,국민들이 대거 참여해 함께 어우러지는 「국민축제」형으로 바뀌었다고 표현한 바 있다. 군의 바람직한 새 위상을 보는 듯해 마음 든든한 것이다.

새로운시대는 새로운 행동을 요구한다. 남북한 관계의 변화,국제정세의 변화 등 새로운 환경에서 군은 국민의 군대로서 더욱 아끼고 신뢰받고 사랑받는 존재가 돼야 한다. 그 속에서 군은 강해지고 국민의 참다운 민주국군상이 다져지는 것이다. 건국 42년의 막강한 우리 국군을 사랑하고 신뢰하고자 하는 것이다.
1990-10-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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