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침선언ㆍ경협 등 공동인식은 성과”/외국기자가 본 총리회담

“불가침선언ㆍ경협 등 공동인식은 성과”/외국기자가 본 총리회담

김원홍 기자 기자
입력 1990-09-07 00:00
수정 199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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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합의」 거쳐 「포괄적 합의」 나올 것/「선신뢰구축,후협상」이 가장 바람직/북한사람들 과거보다 훨씬 우호적

남북 총리회담을 취재하고 있는 1백20여명의 외신기자들은 이번 서울 회담이 남북한의 관계개선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데는 의견을 같이했으나 양측 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있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담을 취재하고 있는 외국기자들의 평가와 전망을 들어본다.

◇존 리딩(영 파이낸셜타임스 서울특파원)=남북 총리회담 이후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북한측의 제의가 과거 2∼3년 동안 주장해온 평화제의에서 큰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남북대표가 서로 만나 입장을 확인하고 평양회담에서 또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본다.

북한의 대표들이나 수행원 취재기자들이 과거 남북회담 때보다 훨씬 유연하고 우호적인 태도이어서 판문점에서의 긴장되고 딱딱한 느낌과는 다른 것이 인상적이다.

북한측이 과거에는 미군의 철수와 핵무기철거를 강하게 요구했었으나 이번에는 2∼3년 만이라도 팀스피리트훈련을 중지하라고 요구한 것도 조금은 후퇴하고 삼가는 입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없다고 해도 불가침선언이나 경제협력원칙에 서로 대화의 필요함을 인정하고 평양회담 개최에 합의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볼 수 있겠다.

◇라몬 산타우라리아(스페인ㆍ스페인통신 도쿄지국장)=남북한의 입장이 달라 통일에는 오랜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남북 총리회담도 독일통일과 동서화해가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군축문제에서 첫번째 단계는 상호신뢰구축 단계라고 생각한다. 휴전선부근에 중무장배치된 남북 양측 군이 서로 신뢰의 바탕위에서 후방으로 이동하고 대치관계가 해소된 뒤에야 진정한 남북대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제 북한기자가 외신기자실에 와 서울의 소감을 듣고 싶어 함께 백화점에 가자고 했더니 혼자 개인행동을 할 수 없다고 해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임을 실감했다.

◇나가모리 요시다카(영수량효ㆍ일본ㆍ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한반도의 통일협상진행 과정은 양측이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는 점에서 상호간 무력충돌 경험이 없는 독일통일과정과는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양측에서 전후세대가 크게 늘어나 점차 통일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본다.

이번 1차회의를 지켜본 결과 한국측은 경제ㆍ문화 교류 등을 통해 상호신뢰를 쌓아 정치ㆍ군사대결의 종지부를 찍자는 입장인 반면 북한측은 정치ㆍ군사협상을 선행한 뒤 이것을 토대로 문화등 각 방면의 교류를 확대하자는 입장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신뢰감만 쌓게 되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커다란 합의를 도출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번 회담에서도 이산가족들이 고령이라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고려,적십자회담재개ㆍ이산가족상봉 정도만이라도 합의하면 큰 성과라고 하겠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포괄적인 합의를 쉽게 이룰 수 없다 하더라도 화해분위기 속에 회담을 계속하겠다는 합의만 이뤄진다면 앞으로계속되는 회담에서 부분적 합의가 축적돼 언젠가 포괄적인 합의가 가능하리라 본다.

◇존 매클레인(영 BBC방송기자ㆍ프리랜서)=분단이후 45년만에 남북의 총리가 한 자리에 앉아 현안을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의 양측관계에 있어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회담진행과정을 지켜볼때 아직도 양측간의 입장차이가 현격하다는 것을 느꼈다.

유럽인의 시각에서 남북의 통일접근방식을 대화초기 동서독의 그것과 비교해 볼때 여러 면에서 달랐다. 동서독 보다는 신뢰구축면에서 미약한 단계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어제(5일) 남북 양측의 기조연설내용은 별로 새로운 것이 없어 보였다. 그동안 양측이 주장해온 내용들의 종합판이었다는 생각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이 때문에 당장의 구체적이고도 진보적인 합의는 없는 것이 확실시 된다. 그러나 앞으로도 쉽지는 않겠지만 계속 만나서 이야기해야 한다.

북측은 이번 서울회담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이 점을 잘 알고있는 남측으로서는 어떻게든 10월 중순에 개최예정인 평양회담의 개최보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회담이 개최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동서독처럼 고위급회담이 계속 지속될 경우 몇년 안에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궁극적인 평화와 통일에의 길은 남북이 대화로 도출해 내야만 한다.

◇클라우스 H 아르퍼트(독일텔레비전 방송협회 도쿄지국장)=동서독의 통일과 남북한의 대화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인 여건이 달라 전혀 비교할 수 없다.

동서독은 전쟁이 없었고 70년대부터 인적교류가 이루어져 한민족의 두개 국가라는 의식이 없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물론 전화가 개통되어 있으며 친ㆍ인척이 자유로이 편지를 주고 받고 선물을 교환하는등 동ㆍ서 장벽이 부분적으로 없었기 때문에 국경에 대한 개념도 남북한의 분단선과는 다르다.

남북 총리회담을 보고 한국은 지금부터 어려운 길을 한걸음 한걸음 내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김원홍ㆍ이건영기자>
1990-09-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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