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관리와 물가안정(사설)

통화관리와 물가안정(사설)

입력 1990-07-11 00:00
수정 1990-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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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신용정책이 표류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통화운용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올해 상반기중 총통화 증가율이 목표치를 크게 상회함으로써 연말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가가 몹시 불안한 가운데 통화관리가 방만해 인플레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중 총통화 증가율이 82년이후 8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지난해 12월 증시부양을 위하여 통화공급을 크게 확대했고 계속해서 경기부양을 위하여 막대한 자금을 방출한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반기중 총통화 증가율이 목표치를 훨씬 상회했고 이로 인하여 연간 목표가 위협받고 있는 사실을 합리화 시킬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누차 강조한 바와 같이 올해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는 물가안정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책의 우선순위에 맞춰 모든 정책변수들이 조정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올해 통화신용 정책은 증시부양이나 경기부양을 위해 가동될 수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의 귀결일 것이다.

정책당국은 지금부터라도 물가안정을 위하여 연말 목표의 최대치인 19%는 기필코 지키겠다는 확고한 정책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연말 억제선 목표에 대해서 회의적인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19%를 19%선으로 확대해석하여 19.9%를 목표치를 후퇴하려는 발상마저 있다고 들린다.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에 총통화 증가율을 17%로 잡고 있다고 해서 그런 발상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

상반기중 소비자 물가가 7.4%나 올라 연말 목표치를 이미 잠식해 버린 상태에서 통화마저 불안정하게 공급된다면 내년도 물가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거듭 지적하지만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목표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정책의 신뢰성도 살아 날 수 있다.

목표치를 유지하려면 3·4분기에 총통화 증가율을 19%선에서 묶고 4·4분기에는 14%선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또한 하반기에 자금수요가 왕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자금난 호소를 이유로 통화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일이 있어서는 더더구나 안된다.

기업자금난은 자금흐름을 순화하여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접근이 된다. 올해 상반기중 총통화 증가율이 지난 82년 상반기의 증가율 28.3%이후 최고치인 22.9%를 기록했는 데도 기업들이 자금난을 호소하는 사태가 여전히 발생했었다. 이는 풀린 자금이 은행이나 증시로 유입되어 기업자금화하지 않고 제2금융권의 단기고리상품에 집중되어 대기성 자금화했기 때문이다.

자금순환에 왜곡현상이 생기면 아무리 많은 자금이 방출되어도 기업자금난은 해소되지 않는다. 하반기에 5조원이상의 자금이 풀려도 자금흐름이 순화되지 않으면 상반기중 자금난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부동산투기등 투기요소를 지속적으로 차단하는 동시에 대기성 자금이 은행이나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책금융도 신축적으로 운용하여 자금의 편재현상을 시정해야 할 것이다.
1990-07-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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