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의 국내시련(사설)

고르바초프의 국내시련(사설)

입력 1990-06-11 00:00
수정 1990-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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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금년 여름은 문자 그대로 「무덥고 긴 위기의 여름」이 될 것 같다. 미국방문을 끝내고 귀국하기가 무섭게 제기된 러시아공화국의 사실상의 주권선언은 그러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발트3국등 소수민족 문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며 악화일로의 경제위기와 정치불안을 가중시킬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이들 문제에 대해 효과적이고도 현명한 대응을 하느냐의 여부는 그 자신의 정치생명은 물론 소련과 세계의 향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특림없다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공화국 문제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방미길에 오른 지난 5월29일 급진개혁파 지도자 옐친이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에 당선되었을때 이미 예고되었던 문제였다. 옐친은 중도온건노선을 지향하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의 개혁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우유부단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보다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그는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에 입후보하면서 이미 러시아공화국의 정치ㆍ경제적 주권의 확립을 공약으로 내세웠었으며 고르바초프는 그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치열한 공작을 전개했으나 실패 했었다.

그가 지도하는 러시아공화국의 주권선언은 소연방 헌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으로 고르바초프 연방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인 것이다. 옐친의 이러한 도전이 그대로 성공을 거둘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으나 러시아가 소련 전국토의 70%,인구의 52%를 점하는 중핵의 공화국이란 점에서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고르바초프나 옐친 두사람 공히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길만이 두 사람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이란 점에서 사태를 파국으로까지 몰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해도 될지 모른다.

민족문제 못지 않게 금년 여름 고르바초프를 괴롭히고 있는 문제는 경제문제다. 집권 5년인데도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보여주지 않는 경제는 고르바초프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제상태가 나아지기는 커녕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한 강한 불만과 불신감이 국민 각계각층에 팽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급진개혁파와 전통보수파에 공히 설 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고르바초프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 악순환으로 정치적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심각한 소비재 부족에 따른 국민적 불만의 해소를 위해 작년말께부터 각종 소비재 수입을 촉진시킨 결과 이제는 심각한 외화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재와 식량수입으로 외화의 수요는 급팽창하고 있는 데도 외화수입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외화 수입원인 석유의 생산이 한계에 이르고 국내소비는 늘고 국제가격은 떨어지고 있으며 또 하나의 수입원인 금의 경우도 페레스트로이카로 빈번해진 파업 등으로 생산량이 줄었으며 무기수출도 데탕트 덕분에 격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화의 부족사태는 수입에 따른 외화지불의 중단사태를 유발하고 있다. 영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금년 5월 현재 지불치 못하고 있는 수입대금이 1백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살펴보면 고르바초프가 당면하고 있는 국내문제에서 고무적인 것은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때문에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미국 방문도 그러한 지원을 모색하려는 데 내면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발트3국 등의 문제는 의식적으로 외면하면서 대소무역협정에 서명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자세를 보였다. 냉전과 대결의 세계를 화해와 공존의 세계로 변모시킨 그는 세계의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지도자인지 모른다. 7월2일 개막되는 28차 공산당대회가 주목된다. 우리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과의 수교에도 동의한 그가 당면한 위기를 훌륭히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1990-06-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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