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06-02 00:00
수정 1990-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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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왕조사를 보면서 분통터지고 답답해지는 것 중의 하나. 그것은 모함이나 무고가 번번이 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금이 정말로 진실을 몰랐던 것일까,아니면 권신들의 겁박에 못이겼음일까. 원통하게 죽어간 인재가 어디 하나 둘이던가. 설사 죽진 않는다 해도 명신치고 귀양 안가본 사람은 드물 정도다. ◆그 점을 뉘우치는 임금도 있다. 직언을 서슴지않았던 정용 임권이 어느날 경연에서 중종에게 아뢴다. 『김안로가 조정에 있을적에 소인배들이 작당하여 악한 짓을 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하께서 그들과 함께 악한짓 하는 것을 내버려 두신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아프게 찌른 세이다. 임금은 대답한다. 『과인인 그 책망을 면할 길이 없구려』 중종에게는 모함이나 무고임을 알면서 죄 준 경우도 있었던 것일까. ◆그러니 고려가 망할 무렵 목은 이색과 양촌 권근같은 선비도 무고 받는 처지가 된다. 윤이ㆍ이초의 변란에 연류되었다 하여. 그들은 청주옥에서 국문을 받는다. 그런데 비가 억수로 퍼부어 성문이 무너지면서 물살이 몰려와 문사궁(담당심문관)이 표류하다가 은행나무를 붙들어 죽음만은 면했다. 하마 죽을 뻔했던 두 명유를 하늘이 살림 셈. 공양왕이 놀라 석방을 명하는 것이니 말이다. ◆모함하고 무고하는 몹쓸 버룻을 오늘날에로까지 이어진다. 정부에서 사정활동을 강화하자 공무원을 음해하려는 투서ㆍ고발이 급증했다지 않은가(서울신문 1일자 19면). 무고의 대상이 되는 공무원 가운데는 물론 잘못된 사람이 끼일 수 있다. 하지만 엄정한 공무 수행을 했기에 원한을 산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 하늘이 돕지 않더라도 이 대명천지에 무고가 통할리는 없겠지만 당한 사람이야 『빈총도 안맞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 ◆당당히 자기를 밝히는 투서ㆍ고발만을 접수해야 겠다. 또 사실이 아닐 때는 응분의 처벌도 있어야 겠고. 모함ㆍ무고는 사정하려는 공무원의 비리 그것에 못잖은 망국적 악덕이다.

1990-06-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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