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대국시대 종언” 확인의 대좌(워싱턴 미소정상회담:4ㆍ끝)

“초강대국시대 종언” 확인의 대좌(워싱턴 미소정상회담:4ㆍ끝)

입력 1990-06-01 00:00
수정 199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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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문제전문가 후쿠야마의 진단/미 랜드연구소 고문/소,동구통제 약화로 다극화시대 본격 돌입/군축협상등도 동서모두의 문제로 떠올라

지난해 「역사의 종언」이란 논문으로 전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던 프란시스 후쿠야마 미랜드연구소고문은 30일자 일본산케이(산경)신문과의 회견에서 미소 두 초강대국의 시대는 끝났고 따라서 미소정상회담이 갖는 중요성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서관계에 역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격동의 시점에서 31일 시작된 미소정상회담을 보는 후쿠야마의 견해를 요약한다.

이번 미소정상회담은 이전의 정상회담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동구에 대한 소련의 통제력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은 보다 작은 나라,보다 내향적인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의 통일이라든가 동구주둔 소련군의 철수,유럽의 재래전력(CFE)감축같은 문제들은 미소양국간에 협상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 미소외에도 다른 강력한 관계국이 많이 존재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CFE에서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CFE는 23개국이 참여하는 다국간 교섭으로 독자적인 교섭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소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것은 미소양국의 전력이 관계되는 START(전략무기감축협상)정도이다.

나는 원래부터 정상회담을 중시하지 않았지만 최근엔 그 중요성이 더욱 줄어들었다.

실제로 통독이라든가 동구주둔 소련군에 대한 철수압력 등은 미소정상회담에 관계없이 진전될 것이다. 이제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미소정상회담은 세계의 안전보장이나 국제평화에 사활적인 중요성을 갖는다고 생각해 왔으나 이제 그런 상황 역시 끝나게 된 것이다.

동구주둔 소련군의 철수문제는 소련자신의 일이고 서방측의 대변인으로서 미국과의 사이에 대화를 갖는 것도 유용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미소정상회담 자체가 소련군의 철수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CFE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소련군 철수에 대한 압력은 여전할 것이다. 독일의 통일은 올해말까지는 확실히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통일독일은 독일내의 소련군 기지에 전력공급을 중단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소련군이 계속 주둔할 수 있을 것인가.

따라서 동구주둔 소련군의 철수에 한해 얘기한다면 미소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CFE협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도 역시 그리 중요하지 않다. CFE조약이 체결되지 않는다 해도 소련은 부득이 동구주둔군을 철수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축협상의 일단락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종결상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가 갈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아직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START의 기본합의를 이뤄내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작년 가을 START의 기본합의가 올 여름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된 것은 그당시까지 소련국내에서의 변화에 비춰보면 자연스러운 기대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이후 소련에서의 개혁이 개대보다 둬처져 START조약의 체결도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소양국정상은 금년말까지 CFE조약에 조인하는 것도 주요목표의 하나라고 말했지만 현상황으로선 이는 무리일 것같다. 금년안에 조약이 체결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올가을까지는 기본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난해 가을 부시미대통령이 이번 미소정상회담이 군축을 위한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얘기한바 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START문제를 지칭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이 군축문제에서 리투아니아등 소련내 발트 3공화국의 독립요구문제와 독일의 통일문제로 옮겨진 것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와관련,정상회담 개최기간중 리투아니아에서 소요가 발생,정상회담 자체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을 전혀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정상회담과 다른 여러 문제들은 별개로 나눠 생각해야 할 것이다.<정리=유세진기자>

▷미소회담서 체결될 협정◁

▲화학무기금지협정=미소양국이 독가스와 신경가스 등 모든 화학무기의 생산을 종결하며 전세계적 생산금지가 이루어질 때까지 쌍방이 각각 5천t의 화학무기만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한다.

▲핵실험제한 의정서=핵실험의 제한에 관한 기존 협정들을 속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정서. 1974년의 핵실험금지 협정과 76년의 평화적핵실험협정은 미소의 지하 핵실험의 성능을 1백50㏏으로 제한하고 있다.

▲항공협정=미소의 현 민항항로에 미국의 4개 도시와 소련의 6개 도시를 추가하여 민항을 확대하며 양국간의 정기 화물기 운항을 개시한다.

▲핵에너지협정=원자로의 안전과 핵융합 에너지 및 기본 원자과학에 있어서의 보다 긴밀한 협조를 위한 5년간의 새로운 쌍무 핵에너지 협정.

▲해상운송협정=미소의 상용 선박이 서로 상대방의 항구에 물품을 운송하는 것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해상수송협정. 양국은 또한 분규중의 북극 4개 도시에 대한 소련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해상경계협정에도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센터개설협정=워싱턴과 모스크바에 서로 하나씩의 문화ㆍ공보 센터를 개설한다.

▲학생교류협정=양국간의 학생 교류를 증가하기 위한 최초의 정부간 협정. 이는 오는 95년까지의 교류 목표를 각각 1천명으로 잡고 있다.
1990-06-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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