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가 준 교훈(사설)

보궐선거가 준 교훈(사설)

입력 1990-04-05 00:00
수정 1990-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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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실시된 충북 진천ㆍ음성과 대구서갑 등 두지역 보궐선거의 결과는 정치권 전체에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고 생각된다. 여당인 민자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국민들이 표로 나타낸 심판이 의미하는 바를 잘 읽고 충분한 자기반성을 통해 앞으로의 참다운 정치를 이끌어가기 바란다. 아울러 이번 선거의 문제점을 고치고 후유증을 최소화하여 오히려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전화위복의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민자당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검허히 받아들이고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당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 자당공천후보가 개표종반까지 마음을 놓지못할 정도로 신승한 데 그쳤고 그동안 여당의 표밭이던 충북에서 공천후보가 낙선하기에 이르렀으니 그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 올바른 좌표를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려면 이번 결과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호용후보의 사퇴과정은 국민들에게 정치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록 야당의 정치공세라 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하는 비정상적 사태를 연출했다. 대구서갑의 투표율이 13대총선 때보다 13.6% 포인트나 낮아졌다는 것은 현지유권자의 충격이 컸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자당은 또 이번 선거의 과열과 타락을 자제하는 데 힘썼어야 함에도 그러지를 못하고 오히려 꼭 이기겠다는 총력전태세로 나와 문제를 야기시켰다. 대구에서는 유례없이 현역의원 40명을 선거운동원으로 등록시키고 동책을 맡겨 과열을 조장했고 두선거구 모두에서 폭력시비를 일으키는 등 국민의 눈에 벗어나는 행동을 보였다.

물론 민자당은 이번 선거를 압승으로 끌고가 3당통합시비에 쐐기를 박으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이것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무리를 거듭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3당통합과 민자당에 긍정적이던 일부에까지 회의감을 갖게 하지 않았나 걱정된다. 보다 깨끗하고 당당한 자세로 선거에 임했으면 선거결과도 좋고 국민에게 주는 인상도 좋지 않았을까.

물론 이번 선거에서 거여에 대한견제의식,정치개혁에 대한 실망,몇 사람을 중심으로 한 파워게임 양상에 대한 비판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다행인 것은 민자당의 발족초기에 이같은 경고를 해준 것이다. 따라서 민자당은 앞으로 잘 하라는 충고로 받아들이고 하루라도 빨리 거여의 도취에서 벗어나 겸허한 자세로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의 본령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야당에도 적지않은 교훈을 주었다. 평민당은 후보조차 내지 못해 지역당 인상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지역당 탈피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데 대해 반성하고 정책정당 국민정당으로서의 길을 찾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한편 아직 창당 준비단계에 있는 가칭 민주당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셈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가 민자당의 무리가 낳은 반사적 이익의 결과라는 점을 명심하고 훌륭한 인물과 정책으로 제자리를 찾는 노력을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
1990-04-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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