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OECD가입의 득실/유장희 대외경제정책연 부원장(서울시론)

한국 OECD가입의 득실/유장희 대외경제정책연 부원장(서울시론)

유장희 기자 기자
입력 1990-03-24 00:00
수정 199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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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쟁력 확복가 선결 과제

국내에서는 불황이니 경기침체니 하여 걱정이 많고,혹시 선진의 문턱에서 우리경제가 남미식으로 전락해 버리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가 높으나,국외에서 평가하는 우리경제의 잠재력은 우리 스스로가 평가하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높은것 같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OECD워크숍에는 선진24개국 대표들이 참석,세계경제의 흐름과 교역환경의 변화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교환이 있었다. 앞으로 새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교역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각국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기탄없이 제시하는 제시하는 회의였다.

○신고전파 이론 퇴조

마침 우리나라에서는 요며칠간 큰 뉴스거리가 많아서 이렇게 중요한 회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좀 아쉬웠으나 적어도 참석한 국내 여러관계자들은 우리경제의 실상을 재조명 할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외국경제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한국경제는 당면한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밝다고 평가되고 있다. OECD 선진24개국에는 동양권에서 일본만이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는데 만일 동양권에서 한나라를 더 가입시킬수 있다면 그것은 말할것도 없이 한국이라는 것이 대표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식적으로 우리의 가입을 권유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OECD에 가입코자 해서 절차를 밟을때 이를 기꺼이 검토하겠다는 것이 사무국측의 입장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OECD에 정식 가입의 의사를 밝힐때 이에는 각종 의무가 따르는 것은 말할것도 없다. 즉 자유무역의 제반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OECD에 가입해야 하느냐 여부는 가입에 따른 이해득실을 점검해봄으로써 판정될 일이나,그외에도 국제경제학에서 지금 조용히 일고 있는 이론적 양립현상을 주시해 봄으로써 옳은 판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난 반세기를 지배해 왔다고 볼 수 있는 국제경제이론의 주류는 헥셰르 올린의 신고전파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의하면 국가간의 교역은 각국이 서로 다른 부존생산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에서 값싼 노동력때문에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상품의 수출국이 될 것이고 반대로 자본이 풍부한 나라는 자연적으로 자본집약적인 상품(자동차ㆍ비행기ㆍ컴퓨터 등)의 수출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ㆍ후진국 결속해야

이러한 자연스런 요소집약적인 상품의 흐름은 자유무역이 보장되어야 가능하며 또 자유무역이 이루어짐으로써 여러가지 좋은 경제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수출국과 수입국간에 존재하던 요소간 가격비율의 차이가 없어지며 ▲한 나라 안에서도 소득분배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양국 공히 자국에 부족한 생산요소를 비교적 싼값으로 도입할 수 있음으로 해서 생산능력을 높일 수 있고 고성장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후진국 및 중진국의 경우 헥셰르 올린식의 모델이 성장에 꼭 필요한 지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상의 부존자원 중심의 교역이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적지 않은 수의 국제경제학 및 개발경제학자들은 헥셰르 올린의 도식은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며 국제무역의 현장에는 각종 정치요소가 판을 치는 냉엄한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교역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들이 완전한 자유무역을 실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들간에 아무런 무역장벽이 없어야 하는데 인류역사상 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막강한 경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진대국들이 자기네들 필요에 따라 장벽을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며 심지어는 GATT의 여러 규정도 의도적으로 이현령 비현령식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또한 헥셰르 올린이론이 주장하는 계층간의 소득균형 달성 가설도 듣기에는 그럴듯 하나 세계경제의 성장사에서 그러한 신데렐라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뮈르달 같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이 신이론은 개발도상국에 맞는 새교역의 도식을 따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중ㆍ후진국은 선진국으로 부터 복지재(의약품ㆍ필수화공제품ㆍ통신기기 등)를 최소가격으로 수입하여 저소득층의 실질소득 증대에 기여하고,둘째 자유교역은 증진시키되 되도록이면 비슷한 나라들끼리 교역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과거 20년간의 통계를 본다면 이른바 자유무역의 정신과 무역혜택의 공평한 분배원칙을 위배한 쪽은 후진국이 아니고 거의다 선진국 이었다는 것이다.

셋째로 만일 국제정치의 여건이 허락할때 선진대국들의 엄청난 완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유교역을 통한 정당한 성장을 누리려면 중ㆍ후진국들도 어떤 힘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아시아지역에서는 「아세안」이라는 클럽이 형성되어 있고 중남미에서도 최근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등이 참여한 중남미자유무역권이 형성된 것은 이러한 신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가입여부 숙고를

세계경제는 바야흐로 경쟁과 협력이 병존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급격한 변화까지를 합친다면 90년대는 가위 격동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와중에서 선진권을 향해 줄곧 항진을 계속해야 할 한국경제로서 실시 해내야할 일들이 태산같다. OECD에의 가입은 바람직스러우나가입했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경쟁력 확보와 성숙열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1990-03-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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