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03-20 00:00
수정 1990-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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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초,체불중인 화가 O씨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3월17일에 있는 「바스티유 개관공연」의 입장권을 1월에 사놓고 기다리는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기다려도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가슴을 죄어가며 걱정과 기대 속에 기다린다는 것. 우리가 낳은 세계적 음악가 정명훈이 「기적」처럼 차지한 프랑스의 「바스티유 오페라」 운영책임자의 자리가 정식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겨운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정씨는 또 제일 어려운 작품을 선택하여 정면대결로 승부를 내려는 심산인 것 같아 그 대담하고도 진지한 태도가 한편 대견하면서도 다른 한편 걱정이 된다는 것이 O씨의 심경이라는 것이다. 그림 속에서,공원의 숲속 나뭇잎이 귀가 되어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선율을 느끼게 하는 것이 O씨의 화풍이다. ◆재능있는 우리 예술인들이 국제무대에서 기량을 겨루려면 길고 고통스런 인내를 치르고도 성공하기가 대단히 힘들다. 정명훈씨의 오늘은 모든 국내외 한국인의 자부심이고 보람이다. 그의 데뷔에 마음죄며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나라안팎에 O씨를 포함하여 숱하게 많았다. 작품이 너무 어려워서 세계 대도시의 오페라좌에서 전막이 공연된 적이 없는 『트로이 사람들』을 선택한 것은,그런 걱정스런 마음을 더 무겁게도 했다. ◆그러나 17일 저녁의 한국인 정명훈은 위대했다.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공연』을 해낸 그에게 프랑스신문들은 이런 제목의 훈장을 달아주었다. 『바스티유의 박수갈채』 『트로이언들의 개선』 『4시간36분의 명연기』를 칭송하며 20분 동안 기립박수를 보낸 2천7백여 관중의 열광을 받은 것이다. ◆화가 O씨도 이제는 흐뭇한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재능 하나가 이룩하는 국위떨침은 수백만 수천만명이 공을 들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 재능,그 명성이 그의 노력과 결단에 의해 더욱 깊어갈 것임을 우리는 믿고 있다. 멀리서나마 우렁찬 박수를 보낸다.

1990-03-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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