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퇴직금” 「기업연금」생긴다/6개 생보사… 도입연구 착수

“제2의 퇴직금” 「기업연금」생긴다/6개 생보사… 도입연구 착수

박선화 기자 기자
입력 1990-03-02 00:00
수정 199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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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임금 일부 적립… 퇴직후 매년 지급/노사 추가부담 없어… 빠르면 내년실시

기업연금제도의 국내도입이 언제쯤 이뤄질 것인가.

기업연금은 현행 퇴직금제도를 발전시킨 것으로 근로자가 기업체에 근무하는 기간동안 매년 임금인상분 가운데 일부를 떼내 적립했다가 퇴직후 사망시까지 매년 일정액을 지급받는 사회보장제도이다.

근로자들은 퇴직 후에도 사망할 때까지 해마다 회사로부터 꼬박꼬박 연금을 받게 되므로 재직시 회사에 대한 애착이 커지고 퇴직후 소속감도 높아져 회사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의 퇴직금은 기업이 자체자금에서 일정액을 떼내 적립했다가 퇴직시 지급하는 것으로 재원이 종업원의 부담없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기업연금과 구별된다.

따라서 노사 어느쪽도 추가적인 부담은 없는 셈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88년부터 국민연금제도를 도입,근로자로부터 연간 소득액의 1.5%,기업으로부터 똑같은 금액을 거둬 적립했다가 퇴직후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해 주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으로 받는 금액은재직시 평균임금의 40%수준(임금대체율)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되면 임금대체율이 선진국 수준인 60∼70%로 높아질 수 있다.

이 제도의 도입이 거론되는 것은 최근 과격한 양상을 띤 노사분규를 진정시켜야 할 필요성이 커진데다 국내 경제수준이 지난 62년 기업연금제도를 실시한 일본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전체의 5%안팎인 65살 이상의 노령인구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어 노후보장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연금은 국민연금과 개인보험등 현행 사회보장제도의 미흡함을 보완해주는 중요한 제도라 할 수 있다.

미국ㆍ일본ㆍ영국 등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시행하고 있다.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에 가장 먼저 눈을 뜬 곳은 생명보험회사이다.

보험사들은 이미 도입에 대비,전담팀을 구성하고 상품개발에 나서는등 사전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생명은 업계 최초로 지난해 11월 대리급 5명으로 전담팀을 구성,일본의 제도를 치밀하게 조사 연구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연초부터 기업보험팀에서 이 문제를 전담,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교보ㆍ흥국등 6대 생보사로 꼽히는 나머지 보험사들도 저마다 사전준비로 바쁜 모습이다. 생보사들은 먼저 상품개발을 위해 외국의 제도를 토대로 약관ㆍ사업방법서ㆍ요율산출 및 판매관리시스템 등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중.

기업연금상품의 개발은 현재 보험사가 은행측으로부터 업무영역 개방압력을 받고 있는 종업원퇴직보험을 대체키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보험사들은 각 기업이 자체관리하고 있는 1조3천억원 규모의 퇴직금을 유치하고 있는 기득권을 활용,이 제도가 도입돼도 연금의 절반을 확보하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앞으로 기업연금의 절반을 확보하기 위해 적정이윤과 함께 근로자가 사망하면 3백만원의 사망보상금을 따로 지급하는 등의 메리트를 주는 상품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는 이 제도의 도입시 그 성패는 가입기업에 대한 세제해택 여부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종업원퇴직보험 가입자와 마찬가지로 기업연금납입보험료를 복리후생비로 손비처리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기업이 이 제도를 도입하면 한꺼번에 대량감원 사태가 올경우 자금압박을 피할 수 있으며 근로자들의 복지 및 퇴직후 생계보장을 통해 노사분규가 사전에 예방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행 퇴직금은 기업이 평균 퇴직률을 감안,퇴직금을 쌓기 때문에 대량해고시 그 자금을 조달하기가 불가능하다.

당장 눈앞의 임금인상폭을 놓고 더 달라거니,못 주겠다거니 하는 최근의 노사대립양상도 앞으로는 그 관심이 퇴직후 생계보장쪽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라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은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경향은 특히 노사분규양상이 장기대형화하는 대기업일수록 더하다.

일본의 신일철사가 최근 계속된 불황으로 직원의 대량해고가 불가피하게 되자 5백억엔에 달하는 퇴직금지급 부담때문에 올해 기업연금 제도를 도입한 사실은 국내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는 계열사인 삼성생명의 활발한 연구에 힘입어 삼성그룹이 가장 먼저 이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한 현대ㆍ대우ㆍ럭키금성그룹도 이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그룹차원에서 검토를 진행중이다.

반면 근로자대부분은 일반적으로 국내기업의 존립기간이 평균 30년에 지나지 않기때문에 기업에 노후생계를 맡기는 것이 불안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사간에 이 제도도입을 위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신들의 살길을 위해 이 제도도입에 적극적인 생보업계는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나름대로 낙관적인 전망.

이를 위해 업계는 곧 공동상품을 개발한뒤 하반기쯤 당국에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그 이후 제도적보완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부터는 기업연금제도를 실시하는 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본은 회사가 종업원의 재직시 업적에 대한 보장을 퇴직후에 해준다는데 근로자와 자율적으로 합의해 일찍부터 시행했다』면서 『우리도 노사간에 임금개념을 일시금과 연금중 어느 것으로 할 것이냐에 대한 컨센서스를 이루는 것이 도입시기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밝혔다.<박선화기자>
1990-03-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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