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분규 진화 겨냥… 「독립불용」후퇴/소,「연방탈퇴법」마련 배경

민족분규 진화 겨냥… 「독립불용」후퇴/소,「연방탈퇴법」마련 배경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0-02-22 00:00
수정 1990-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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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으론 분리운동 못막는다” 판단/군사ㆍ외교 제외…부분독립 허용할듯

소련 최고회의가 연방내 각 공화국의 주민투표에 의한 연방탈퇴 허용법안을 상정했다는 20일 인터팍스의 보도는 민족문제에 대한 소 지도부의 기존 입장에 중대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준다.

인터팍스는 『분리결정이 주민투표에 의해 내려질 것이며 주민투표는 공화국 최고회의 혹은 18세이상 주민 3분의1 이상의 요구로 실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보도는 또 성인인구 4분의3 이상이 투표에 참가할 경우 분리에 관한 주민투표는 유효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주민투표가 단순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언급치 않았다.

지금까지 발트해 3개 공화국과 아제르바이잔ㆍ아르메니아 등에서의 호된 민족분규에 시달리면서도 소 지도부가 일관되게 고수해온 입장은 「연방탈퇴 절대불가」였다.

고르바초프는 개혁과 개방정책의 기조위에서 지금까지 각공화국들에 대해 경제ㆍ정치ㆍ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대폭적인 권한을 위임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의요구가 연방정부의 허용한계를 넘어 연방탈퇴ㆍ분리독립쪽으로 나가면 무력동원을 해서라도 꼭 제재를 가해왔다.

이번에 상정된 법안은 해당 공화국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탈퇴를 결정할 경우 이를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의 포기를 의미한다.

소 지도부의 이러한 입장변화는 무엇보다도 이제 민족문제는 분리 허용 외의 다른 어떤 대안으로도 근본해결이 될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인 자치허용과 무력동원은 일시적인 진정효과 밖에 안된다는 것이 발트해 3국과 최근 아제르바이잔 사태를 통해서도 그대로 증명되었다.

재정독립과 고유언어 사용 허용 등 연방정부의 계속된 양보조치에도 불구하고 라트비아에서는 지난 15일 최고회의가 독립국가 건설을 의결했고 리투아니아 공산당은 중앙당과의 결별을 선언해 놓고 있다.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의 반소운동은 연방정부의 무력동원으로 일시 주춤한 상태이나 「인민전선」등을 통한 조직화된 장기 독립운동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3월말까지 예정으로 현재 실시되고있는 지방의회 선거도 민족운동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산당 소속 후보를 포함,거의 모든 후보들이 너나 없이 독립쟁취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연방탈퇴 분위기가 여러 공화국에 유행병같이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후 소련내 민족문제는 이론상으로는 사회주의국가 건설이라는 「이념적인 연대」속에 함께 용해된 것이었다. 그 혁명의 전위역할을 해온 당의 지도적 지위가 포기되는 등 이 이념적인 연대가 해체되는 마당에 각 공화국의 분리 허용 조치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분리이후 공화국과 연방의 관계설정 등 향후 소연방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 여전히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법안이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여러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분리」의 뜻 자체가 상당부분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분위기로 볼때 군사ㆍ외교권을 포함한 실질적인 「독립」허용은 역시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수준에서 이번 법안이 마무리된 다음 발트3국과 코카서스 지방 4국등 현재 독립요구가 비교적 거센 지역부터 선별적으로 분리조치를 취해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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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지도부내 보수세력의 입장 등을 감안할때 이보다 더 양보된 안이 만들어지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트3국은 현재 1940년의 합병 자체를 인정치 않는 완전독립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가깝게는 지금 실시중인 지방의회 선거 결과와 6월말∼7월초로 앞당겨 열릴 예정으로 있는 당대회,장기적으로는 개혁정책의 성패여부에 따라 이 법안의 내용도 어느정도 조정될 것 같다. <이기동기자>
1990-02-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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