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를 연다/새희망을 가꾸는 사람들:1

90년대를 연다/새희망을 가꾸는 사람들:1

최홍운 기자 기자
입력 1990-01-04 00:00
수정 199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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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많이…” 「30년 소망」 첫 통화/안도 등대장 성보환씨의 “말띠해 만세”/전국에서 마지막으로 전화설치/“「정보화 시대」 혜택 실감 이젠 고도가 아니지요”/뱃길 3시간… 3가구 6명이 한지붕에

『지난 밤 아무 사고도 없었습니다. 바다 역시 파도가 그리 높지 않아 잔잔했고요. 아! 그리고 서과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경오년 새아침.

서해 고도 안도에 찬란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 상오7시30분 인천항만청 서승규표지과장(52)에게 지난밤 상황을 보고하는 이곳 등대장 성보환씨(59)의 표정은 그 어느 때 보다 밝았다.

등대지기 30년만에 처음으로 찍찍거리는 무전기 소리대신 똑똑한 목소리를 주고 받으며 직속 상급부서인 인천해운항만청에 전화보고를 마친 성대장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듯 얼굴가득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인천에서 서남쪽으로 70㎞,항만청 행정선으로 3시간30분이나 가야하는 서해 돌섬 안도에 경오년 1월1일 0시를 기해 꿈에 그리던 전화가 개통된 것이다.

이 섬에 가스등 무인등대가 처음으로 세워진 1911년이후 79년,성대장의 부임으로 유인등대가 된지로부터는 5년만에 이루어진 경사다.

지난87년 6월30일 우리나라 전국 전화망이 완전 자동화됐고 88년 9월에는 전화 1천만회선을 돌파했으나 전세계 1백53개국 1백80개 지역과 즉시 자동통화를 가설,이제는 전기통신부문 세계 10위,아시아 2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이지만 안도의 전화가설은 또다른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전화개통으로 비로소 산간벽지,절해고도를 막론하고 사람이 사는 곳이면 우리나라 어디든지 전화가 가설된 것이다. 꿈의 세계라 일컬어지는 2천년대 정보화 사회의 터전을 완전히 마련한 셈이다.

안도의 전화가설은 한국전기통신공사가 벌이고 있는 농어촌 통신 현대화사업중 5백22번째 섬마을 사업으로 우리나라의 1가구라도 살고 있는 유인도중 마지막이었다.

유인도라지만 이 섬은 해발 47m 면적 6백14㎡에 불과한 2개의 바위섬으로 성대장과 부인 오세련씨(56),직원 김경철(35)ㆍ김진영씨(27) 부부와 딸 가희양(3),직원 박상철씨(29) 등 등대지기 3가구 6명이 한지붕밑에 살고 있는 것이고작인 외딴섬이다.

비록 식수조차 자체로 마련하지 못해 모든 식량과 식수ㆍ부식 등 생필품 일체를 보름에 한번씩 인천항만청에서 오는 행정선의 보급에 의존하지만 인천항의 관문을 지키는 등대로서의 중요성은 이미 일제시대 때부터 인정받아 왔다.

지난59년 소청도 등대를 시작으로 연평도ㆍ목덕도ㆍ선미도ㆍ부도 등 인천항만청 소속 등대를 두루 거친 성대장의 새로 개통된 전화에 대한 감회는 남다르다.

전화가 없었던 안도에서의 생활은 현대속의 원시생활이나 다름없었다.

위독한 환자가 생겨도 육지와 연락할 수 없어 지난72년 아들을 잃은 것을 비롯,일반여객선이 없어 육지와 편지도 주고 받지못해 세상이 시끄러울 때면 인천과 서울에 살고 있는 맏아들 기수씨(29)와 맏딸 옥란(32)ㆍ둘째딸 옥빈씨(28) 등 자식들의 안부조차 알 수 없어 답답하다.

보름에 한번씩 오기로 되어있는 항만청 행정선에 모든 보급품과 육지소식을 의존하지만 사방이 뾰족한 돌산으로 이루어진 섬이라 파도가 조금이라도 일면 배를 대지 못하기 일쑤다.

전화는 컴퓨터ㆍ팩시밀리(FAX)ㆍTV 등과 함께 정보화 사회의 기본적으로 필수적인 장비다.

정부와 한국전기통신공사는 안도의 전화가설로 정보화 사회를 향한 기반조성이 완료됐다고 보고 오는 2천년까지 모두 63조원을 들여 단계적으로 뉴미디어를 개발,보급하기로 했다.

우선 91년까지 화상회의와 텔레텍스ㆍ비디오텍스ㆍ유선TVㆍ고속FAXㆍ열차전화ㆍ원격감시시스템을,96년까지 컴퓨터 3백22만대 보급과 함께 화상전화와 시내외 통신망 디지틀완성을,2천년까지 컴퓨터 1천만대 보급을 마친다음 2천1년에는 전화망과 텔렉스망,데이타통신망 등 모든 통신방식이 하나로 묶여지는 종합통신망이 완성될 계획이다.<서해 안도=최홍운기자>
1990-01-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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