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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합헌] 기업들 “실무자들 헷갈려…업무에도 애로사항”

[김영란법 합헌] 기업들 “실무자들 헷갈려…업무에도 애로사항”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7-28 16:23
업데이트 2016-07-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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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들
헌법재판관들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합헌 결정한 가운데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나오고 있다.2016. 7. 28.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자 대다수 기업은 “예측했다”면서도 향후 업무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 홍보·대관 담당자들은 헌재 결정에서 배우자 신고의무나 언론인·사립교원 포함 여부 등 그간의 쟁점에 관해 모두 합헌이 나자 “어쨌든 법률이 마련된 부분에서는 준수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헌재에서) 원안대로 통과했는데 법을 지키지 않을 수 있겠냐”면서 실제 적용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기업의 의견을 반영해주길 기대했다.

LG는 임직원들이 업무 수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사례들을 점검하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의 김영란법 해설집과 교육자료를 바탕으로 해 바로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사내교육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처벌 기준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현업에서 대관, 홍보 등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헷갈려하고 있다. 업무에도 애로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법무팀을 통해 홍보, 대관 등 부문별로 조심해야 할 부분을 챙기고 있지만 로펌(법무법인) 등에 물어봐도 ‘걸릴 수 있다’는 애매한 답변만 내려온다”며 “이대로 법이 시행된다면 일단 초기에 처음 걸리는 사례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주변에서 적발 사례들을 취합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SK, 두산그룹, 현대중공업 등은 법무팀을 중심으로 관련 부서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해 다방면의 준비를 하는 단계다.

이들 기업은 내부적으로 김영란법 위반 시나리오를 만들고, 경조사비 등에 대한 매뉴얼을 정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직원용 매뉴얼을 배포하거나 설명회 등을 통한 교육을 진행한 곳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회원사 임원협의회를 대상으로 ‘부정청탁금지법과 기업의 대응전략’ 설명회를 개최하고 금품수수액과 과태료 부과 등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지난달에는 국민권익위 간부를 초청해 김영란법 세부 적용 범위 강의를 들었고, 이달에는 대형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를 초청해 강의를 들었다.

그러나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법 적용 대상이 너무 광범위한 반면 시행세칙 등 구체적인 내용은 불명확한 부분이 많아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되면서 사보를 발행하는 회사들로 불똥이 튄 것도 단적인 사례다. 김영란법에서 규정하는 언론 범주에 기업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사보와 웹진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보를 발행하는 그룹은 각 계열사가 발행하는 사보 현황을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각종 행사나 출장이 앞당겨지기도 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인 10월로 잡혀 있던 신차 출시 행사를 추석 전으로 한 달가량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있다.

다른 대기업의 한 홍보실 직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더 음성적이고 변칙적인 방법들이 다양하게 동원되면서 애초 법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홍보실 직원은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법 외부 특강과 설명회를 다녀왔다”며 “정부가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주지 않다 보니 기업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에 대한 설명집 등이 나왔음에도 법의 적용 범위나 처벌 기준 등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3만 원 이하 접대도 접대다. 법이 위반되지 않은 선에서 맞춤형 접대나 변칙 접대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법의 취지를 옳다고 보지만 접대를 가장 많이 받는 국회의원들이 법 적용 대상에 오르지 않은 건 형평성에 어긋나 보인다”며 “업계나 국민 의견을 더욱 수렴해 법안을 추진했어야 했는데 너무 성급하게 법을 마련한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이 나왔으므로 사내 유관부서 임직원들에게 법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준수하도록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서는 법무팀을 중심으로 로펌 자문 등을 받아 법률 검토를 하고 있지만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정확하게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해운업계는 한창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대응을 우선으로 고민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은 탓에 법 시행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행사나 출장 등을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다.

한 홍보팀 관계자는 “앞으로 홍보나 대관 부서에서 밥 약속이나 골프 약속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걱정만 하는 상황”이라며 “법 자체에 워낙 애매한 부분이 많은데 비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기회는 많지 않아서 언론 보도를 보면서 공부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홍보팀 관계자는 “사실 법 시행 이전에 기업들이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면서 “대부분의 회사가 처음 걸리는 사례가 되지 않도록 계속 관망하고 눈치만 보다가 어느 한 곳이 총대를 매 대응에 나서면 그걸 보고서 방침을 정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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