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주먹’에 마음 보탰던 노먼에게 뒤늦게 훈장 주어진 이유

‘검은 주먹’에 마음 보탰던 노먼에게 뒤늦게 훈장 주어진 이유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4-29 10:54
수정 2018-04-2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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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남자 200m 시상대에서의 저유명한 ‘블랙 파워 설루트’ 시위 도중 그는 아무 것도 안한 것이 아니었다.

50년 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던 토미 스미스와 오른쪽의 존 카를로스(이상 미국)가 인종 차별에 항거하는 뜻에서 고개를 숙이며 검정색 가죽 장갑을 낀 오른 주먹을 뻗었을 때 은메달리스트 피터 노먼(호주)은 사실 인권 운동을 지지하는 배지를 단 채로 함께 서 마음 속의 항변을 하고 있었다. 노먼은 64세이던 2006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 그는 시위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아 어떤 올림픽에도 나서지 못했다. 호주에서는 그를 기리기 위해 멜버른에 동상을 세우자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호주올림픽위원회(AOC)가 노먼의 50년 전 용기 있는 행동을 기려 최고 영예인 공로훈장을 추서한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존 코츠 AOC 위원장은 “너무 늦은 훈장”이라며 “그는 평생 인권에 대한 믿음을 지켰다. 비록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날의 용기 있는 행동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카를로스가 가죽장갑 한 켤레를 선수촌에 두고 와 한 켤레밖에 없어 당황하던 두 흑인 선수에게 한 짝씩 나눠 끼라고 제안한 것도 백인 노먼이었다. 배지를 단 것도 둘의 권유를 받아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미국 조정 대표팀의 한 선수에게 빌려달라고 해 ‘인권을 위한 올림픽 프로젝트’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올림픽 헌장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스미스와 카를로스의 선수 자격을 박탈하고 48시간 안에 올림픽 무대를 떠나라는 명령을 내렸다. 둘은 귀국해서도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노먼이 당시 예선에서 작성한 올림픽 신기록 20초06은 지금도 여전히 호주 최고기록으로 남아 있고 1972년 뮌헨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5위의 기록을 작성했으나 두 번 다시 호주 대표팀으로 선발되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초청되지도 않았는데 미국 육상 대표팀은 대회 기간 자신들과 함께 머물도록 했다. 2006년 노먼이 쓸쓸히 세상을 떠나자 스미스와 카를로스가 호주로 건너와 그의 관을 직접 들었고 미국 육상협회가 피터 노먼의 날을 선포했을 때 추모사를 하기도 했다.

AOC는 노먼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사실을 줄곧 부인해왔지만 지난 2012년 호주의회는 “뜻하지 않게 일찍 죽기 전 그의 영감 넘치는 역할을 전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다”며 사과한다고 밝혀 1972년 뮌헨올림픽을 앞두고 그를 대표에서 탈락시킨 것을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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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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