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추진 마라토너’ 에루페 “한국대표로 뛰고 싶다”

‘귀화추진 마라토너’ 에루페 “한국대표로 뛰고 싶다”

입력 2015-06-23 14:08
수정 2015-06-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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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서 금메달 따는 게 목표…한국인되면 행복할 것”대리인 오창석 교수 “올림픽출전 문제없어…안정적 훈련환경 원해 귀화추진”

“안녕하십니까, 에루페입니다. 한국 이름은 오주한입니다.”

한국 귀화를 추진하는 케냐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통과한 후 꺼낸 첫 마디다.

에루페는 2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짧은 한국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에루페는 “한국에서 열린 국제마라톤 대회에 네 차례 참가했지만, 이렇게 한국을 찾으니 기쁘면서도 떨린다”며 “귀화 절차를 잘 마무리해 한국인이 되고 싶다. 한국 대표로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에루페의 대리인 오창석(53)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17일 청양군체육회와 입단 계약을 했다. 연봉 6천만원의 조건이다.

에루페는 25일 오후 5시 청양군청에서 입단식을 열 계획이다.

이는 에루페의 한국 귀화 절차의 과정이다.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의 한국인 이름도 지었다. 나아가 한국 국가대표도 꿈꾼다.

오창석 교수는 “에루페는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한국 귀화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라면서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문의해보니 한국에서 취업해 급여를 받은 기록이 있고, 올림픽 대표 선발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국적을 획득하면 올림픽 출전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에루페의 최종 목표가 ‘한국 국가대표’임을 숨기지 않았다.

에루페도 “한국인이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한국 대표 선수로 올림픽에 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따내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회를 치르고, 훈련하면서 한국과 한국인에 좋은 인상을 얻었다”며 “한국인이 되어서 한국 마라톤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에루페는 케냐 빈민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농부였다.

먹고 살고자 마라톤을 시작했고 7년 전 미국에서 마라톤팀을 창단해 아프리카 선수를 키우던 오 교수를 만나면서 국제적인 수준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오 교수와의 인연으로 한국과도 가까워졌다.

에루페는 4차례 국제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는데 4개 모두 한국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였다.

2011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9분23초로 정상에 오른 그는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5분37초로 대회신기록을 세웠고, 그해 10월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올해 3월 15일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 다시 등장한 에루페는 2시간6분11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에루페는 3년 전 한국 귀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2012년 말 도핑 테스트에 걸려 2년 출전 금지 처분을 받으면서 귀화가 무산됐다.

오 교수는 “케냐 이동식 버스에서 말라리아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 그때 문제가 생겼다”며 “정말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면 2년 만에 돌아와 이런 기록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약물 문제는 정말 깨끗하다”고 설명했다.

에루페는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운이 나빴다”며 “출전 금지 처분을 받은 2년 동안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에루페는 27일 다시 케냐로 건너가 훈련을 재개하고, 10월 11일 열리는 2015 경주마라톤대회 참가를 위해 재입국한다.

경주대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귀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추천서를 쓰고, 대한체육회가 이를 검토한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에루페 귀화 추진은 오창석 교수가 추진중인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에루페가 한국 마라톤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루페의 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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