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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재능을 타고 난건 사실인 것 같아요”

김연아 “재능을 타고 난건 사실인 것 같아요”

입력 2013-03-18 00:00
업데이트 2013-03-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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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도 그랑프리와 같은 똑같은 대회일 뿐”

‘피겨 여왕’ 김연아(23)는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큰 무대에 섰을 때 밀려드는 엄청난 중압감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해 넘어지고 비틀거렸으나 김연아는 2년 만의 메이저 국제대회 복귀전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했다.

그건 아마도 김연아 스스로 인정하듯 타고난 재능에다 땀을 흘린 만큼 보상이 분명히 따른다는 굳건한 믿음을 겸비했기 때문일 것이다.

4년 만에 왕좌에 복귀하며 화려하게 돌아온 김연아는 17일(현지시간) 대회가 끝난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 기자회견장에서 한국 취재진을 맞았다.

김연아는 “그동안 대회를 많이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연습한 만큼 실전에 나오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며 “이번에도 연습에서 거의 실수를 하지 않아 실전에서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에서는 저보고 ‘강심장’이라고 하지만 사실 저도 컨디션이 안 좋거나 준비가 덜 됐다 싶으면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그리고 그렇게 불안하고 긴장할 때는 그게 시합 때 고스란히 나온다”고 했다.

김연아는 일례로 2007·2008 세계선수권대회를 들었다. 당시 김연아는 대회 직전 부상을 당해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무대에 올랐다. 결과는 두 대회 연속 3위였다.

그는 “매일 매일 얼음 위에 서는 게 사실 너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매일 매일 연습 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면서 “반대로 실전에서 이건 연습이라고 생각하려 애쓴다”고 덧붙였다.

김연아는 연습한 만큼 결과가 따라온다고 강조했으나 그것만으로 지금의 성취를 온전히 설명하긴 어렵다. 김연아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혹독하게 훈련하는 선수 중에서도 아직 빛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정도 타고난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 “솔직히 주변을 보면 저보다 노력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을 보면 타고난 것 같긴 하다”며 웃었다.

김연아는 “하지만 반대로 재능이 무척 많은데 그걸 모르고 노력을 안 하는 선수들도 많다”면서 “그러면 아무도 그 선수가 재능이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타고난 것도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현명한 대답을 내놓았다.

특히 프리스케이팅 클린(실수 없는 연기)이 돋보였던 것은 그가 앞선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플립 점프 때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날 사용) 판정을 받았음에도 이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롱에지 판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면서 “제가 판정 나온 것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무시하려 했고 프리스케이팅에서 더 잘하자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자신에게 최고의 대회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함께 2009 로스앤젤레스 세계선수권대회를 꼽았다. 김연아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첫 우승한 대회다.

그는 “2007·2008년 세계선수권대회 두 차례 모두 3등을 해서 세계선수권과는 인연이 없는 건가 싶었다”면서 “사실 올림픽보다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돌아봤다.

그는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지만 세계선수권대회는 매년 개최되는데, 거기에서 우승을 한 번도 못해 마음이 안 좋았다”면서 “그래서 그때 우승했을 때 기쁨이 더 컸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다른 의미에서 김연아에게 값진 결과다. 4년 만의 세계선수권대회 제패에다 덤으로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3장이나 따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한국 피겨 선수들에게는 흔치 않은 경험”이라며 “큰 대회에서 잘하든 못하든 경험했다는 것 자체가 도움되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추억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선수들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큰 대회 경험이 부족해서 아무래도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면서 “국내에서는 최고라는 생각에 자칫 방심하기 쉬운데 큰 대회에 나가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해보면 느끼는 게 많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그래서 그런 좋은 기회를 저만 겪지 않고 후배들과 함께 경험할 수 있게 돼서 만족한다”면서 “나머지 2장을 누가 따든 간에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에 기분이 좋다”며 흐뭇해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김연아는 당분간 달콤한 휴식을 취한 뒤 본격적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준비 체제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우선 코치진 선임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 올 시즌을 맡은 신혜숙·류종현 코치와의 계약 기간이 이달 말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해 앞선 두 차례의 NRW 트로피,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기에 재계약이 유력하다.

김연아 자신도 현 코치진에 대해 강한 믿음을 표시했다.

그는 “신혜숙 코치는 코치 경험과 대회 경험도 많아서 선수가 해야 하는 행동이나 심리적인 상태를 잘 안다”면서 “다른 코치들보다 저를 더 편안하게 해준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모두 외국인 코치였는데, 제가 영어를 다 알아듣더라도 영어와 한국말은 다르니까 편안함이 다른 것 같다”면서 “더군다나 어렸을 때 코치 선생님이어서 제게는 더 편안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치진 선임과 함께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과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김연아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그는 “이제 올림픽 시즌이니까 좀 더 신중하게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면서 “사실 이번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이 저도 그렇고 다들 너무 많이 좋아해 줘서 이걸 뛰어넘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김연아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몸에 익으면 10월 중순이나 말경부터 시작되는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할 예정”이라며 “잘 풀린다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할 것이고 그다음 대회가 올림픽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모든 대회에서 잘하고 싶고 모든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려 애쓴다”면서 “올림픽도 대회만 올림픽이지 똑같은 대회다. 올림픽이라고 더 노력하고 그랑프리라고 덜 노력하고 그런 건 없다. 똑같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연아는 한동안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김연아는 “빨리 한국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사실 지난해 7월 현역 복귀 선언 이후부터 김연아는 생애 한 번뿐인 대학 졸업식도 불참할 정도로 쉼 없이 달려왔다.

그는 “쉬는 동안 딱히 뭘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마음이 편하니까 그것만으로 만족스러울 것 같다”면서 “큰 대회를 앞두고는 쉬어도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번에는 짧은 기간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피겨를 하면서 배운 인생의 교훈도 소개했다.

그는 “선수들이 쇼트프로그램을 망쳤을 때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걸 빨리 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보통 사람들도 살다가 고통스러운 일을 겪더라도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지 않느냐”면서 “그런 걸 생각하면 걱정하고 힘들어한다고 달라지는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제 성격 자체가 워낙 무덤덤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뜻대로 안 된다고 해도 운이 안 좋았나 보다고 생각하려 애쓴다”면서 “올림픽 때 제가 금메달을 못 땄으면 아마도 저는 금메달을 못 딸 운명이었나 보다고 선선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23·일본)와의 비교를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마오와 주니어 때부터 지금까지도 비교되고 있다”면서 “저뿐만 아니라 마오 선수도 짜증이 날 것 같다. 주변에서 계속 얘기를 하면 아무리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신경이 쓰인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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