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피 냄새가 싫다… 내일이 두렵다”
“이제는 피 냄새가 싫다… 내일이 두렵다.” “맞는 게 두렵다.” “외로움이 너무 무섭다.” “권투도 나를 버릴까.” “내 가슴 속에 상처가 너무 많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서른 다섯 살 복서의 눈에 비친 ‘사각의 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링에서 쓰러진 뒤 나흘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최요삼(숭민체육관)의 일기가 28일 공개됐다. 지난해 7월경부터 사고 당일인 25일 경기 이전까지 틈틈이 쓴, 한 권 분량의 일기 속에는 링에 대한 공포가 절절이 묻어난다. 보통 사람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어린 아이 같은 작고 소박한 바람도 털어놨다.
2005년 6월 링을 떠났다가 지난해 12월 복귀전을 치르기 전 최요삼은 “얼마 남지 않았다. 또 패장이 될 것인가.”라며 착잡함을 드러낸 뒤 “집중이 되질 않는다. 너무 오래 쉬었다. 자신이 없어진다.”고 썼다. 감량의 고통도 심했다. 쉬는 동안 체중이 60㎏ 이상으로 불어났던 그는 플라이급 한계(50.8㎏)에 맞춰 10㎏ 이상을 줄여야 했다.8월9일자 일기엔 “54㎏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지난 9월 WBO 인터콘티넨털 챔피언에 오른 최요삼은 자신을 혹독하게 대하며 경기에 대한 두려움을 다스렸다.“냉정하지 못했다. 한번 더 생각하는 현명한 사람이 되자.”고 쓴 최요삼은 “(경기가)40일 정도 남았다. 벼랑 끝 승부라고 생각하겠다. 나는 밀리면 죽는다.”며 채찍질한 뒤 “반드시 할 것이다.(돌아가신)아버지가 나를 도울 것이다. 가자, 가자. 저 외로운 길, 내 꿈이 있는 곳에 가자, 요삼아.”라며 이번 방어전에 대한 각오를 다잡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몽골 전지훈련 당시 그의 일기 한편엔 작지만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었다.“저 푸른 초원 위에 예쁜 집을 짓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평범하게 살고 싶다. 이제는 피 냄새가 싫다… 내일이 두렵다.”
한편 최요삼은 28일 현재까지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26일 오후 52∼53이었던 뇌압 수치는 27일 오후 68까지 높아질 정도로 상태도 점점 나빠졌다.
한국권투위원회(KBC)는 프로권투체육관협의회와 함께 모금운동을 시작했다.KBC 계좌(신한은행 140-007-929850), 또는 최요삼 개인계좌(신한은행 425-04-022654)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문의는 02-980-3440∼2.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07-12-2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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