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와 부산 KTF가 프로농구 챔프전 마지막 승부를 펼친 지난 1일 울산 동천체육관. 부산에서 원정 온 응원단은 ‘추일승(推一勝) 감독님 파이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추일승(秋壹勝) KTF 감독 이름을 패러디한 것으로 1승을 더 따내 우승하라는 의미였다. 비주류가 꿈꾼 ‘코트의 반란’은 아쉽게도 7차전에서 잦아들고 말았다. 하지만 팬들은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추 감독과 KTF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KTF는 매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약체로 저평가됐다. 하지만 04∼05시즌부터 여보란 듯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PO)에 나서며 ‘신흥 명문’으로 떠올랐다. 이번 시즌에도 신기성 외에는 특출한 스타플레이어가 없었으나 구단 역사를 새로 썼다. 사상 첫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이어 챔프전까지 올라 우승트로피를 노렸다. 또 1승3패 뒤 2연승하며 극적인 명승부를 그려냈다. 앞서 KTF의 전신인 나산, 골드뱅크, 코리아텐더 등이 받은 성적표는 그다지 별 볼 일이 없었다. 모기업의 잦은 부도로 농구판 들러리로 전락한 탓이 컸다. 하지만 2003년 11월 KTF가 팀을 인수한 뒤 3년 6개월 동안 강팀으로 변신했다.‘덕장’ 추 감독이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홍익대 출신인 추 감독은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출신이 휘어잡고 있는 국내 농구판에서 철저한 비주류다. 대학 졸업 뒤 실업농구 기아에 입단했지만 벤치 워머였다. 상무에 갔다온 뒤에는 선수가 아닌 주무를 지내기도 했다. 상무 코치와 감독을 거치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2003년 코리아텐더 지휘봉을 잡으며 프로 무대에 입성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그리고 비주류 감독으로는 사상 두 번째, 프로농구 사상 8번째로 지난 1월 정규리그 통산 100승을 따내며 명지도자 대열에 들어섰다.
그는 선수들이 함께 하고픈 지도자로 꼽힌다. 그만큼 인화력과 흡입력이 빼어나다.
홍익대 3년 후배인 이영주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감독은 “일승이 형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묵묵히 앞장서는 선배”라면서 “형을 믿고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금도 비슷하다. 선수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며 다독여 제 역할을 찾아주는 스타일이다. 뜨거운 학구열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학 시절 야간 훈련을 마치고 난 뒤 영어 단어를 외웠다는 그는 미프로농구(NBA) 감독을 지낸 델 해리스의 ‘위닝 디펜스’를 4년에 걸쳐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최근 나온 농구 원서 100여권을 탐독할 정도로 이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잡초로 불리지만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씨앗을 품고 있는 추 감독의 다음 시즌이 기다려진다.
“짧은 역사지만 KTF는 계속 발전했고, 앞으로도 진화할 것입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7-05-0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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