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포커스] K-리그 드래프트제 누구를 위한 부활인가

[스포츠 포커스] K-리그 드래프트제 누구를 위한 부활인가

이재훈 기자
입력 2005-09-20 00:00
수정 2005-09-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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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가 또다시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프로축구연맹 이사회가 지난 2일 내년 신인 선발부터 2001년 폐지했던 드래프트제를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한 것. 연맹과 구단측은 드래프트제 복귀의 이유를 경영악화 개선을 위한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팬과 전문가들은 드래프트제가 축구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역행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게다가 실업 대학 중·고연맹마저 프로연맹의 일방적인 드래프트제 도입 결정에 반발하고 나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선수 몸값이 구단 운영비의 70%”

연맹과 구단은 악화 일로의 구단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칼을 댈 곳이 바로 선수들의 인건비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원동 프로연맹 사무총장은 “보통 연 100억원 정도 들어가는 구단 운영비 가운데 인건비가 적어도 70%이상 차지하는 현 상태로는 구단이 정상 운영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드래프트제가 폐지되고 자유계약제도가 도입된 지 4년 만에 많게는 4배 가까이 뛴 선수들의 몸값을 다시 낮추기 위해선 구단의 자금력이 아니라 성적 역순으로 선수를 뽑는 드래프트제의 부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안종복 인천 단장은 “일본 J-리그도 치솟는 선수 몸값에 허덕이다 결국 1999년 선수 몸값 조정을 비롯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흑자경영을 이뤄냈다.”면서 “드래프트 3년 뒤 자유계약으로 풀어 주고, 클럽 시스템을 지켜온 팀에는 드래프트 우선권을 주는 등으로 제도를 보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용병 수입부터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구단의 재정 악화는 분명 문제이지만, 드래프트제가 최선책은 아니라고 맞선다. 구단 재정 악화의 주된 요인은 국내 선수의 계약 문제보다 연간 인원제한없이 무작위로 선발가능한 외국인선수 등록제도의 폐해가 더 크다는 것. 때문에 선수 인건비의 40%에 육박하는 외국인 선수 영입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형욱 KBS해설위원은 “외국인 선수 수입 비용에 따른 제도적 보완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드래프트제만 부활시키면 국내 우수선수들은 외국시장부터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없는 무리한 제도 도입도 문제

연맹과 구단의 독단적인 태도 또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대목. 드래프트제 부활 결정이 내려지기 이전에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얘기다. 지난 14일 실업 대학 중·고연맹이 직업 선택의 자유 등 선수들이 받게 될 불이익과 선수 소속팀에 대한 보상 등이 빠진 연맹측의 드래프트제 복귀에 일제히 반대하고 나선 것도 충분한 대화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신문선 SBS해설위원은 “민감한 이해당사자들이 버티고 있는데도 공청회와 같은 최소한의 여론 수렴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이번 제도 도입 과정은 구단들의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피할 수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명 거부권 등 보완책이 마련돼야

무엇보다 선수들의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축구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거스른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축구 선진국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만큼 전세계 어디서나 뛰고 싶은 구단을 선택하는 자유를 누리는 데다 구단은 클럽 시스템을 운영하며 키워낸 축구스타들의 이적료를 챙기며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드래프트제는 그런 선수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 따라서 드래프트제가 도입되더라도 선수들의 지명 거부권이나 조기 자유계약선수 제도 등 충분한 보완책을 강구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조광래 전 FC서울 감독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 구단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나, 박지성과 이영표 같은 선수들을 키워내 해외시장에 내보내겠다는 장기적인 안목은 접어두고 선수들의 권익만 침해하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5-09-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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