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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인신매매’ 국제결혼 실태와 대책

‘신종 인신매매’ 국제결혼 실태와 대책

입력 2010-07-16 00:00
업데이트 2010-07-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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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부산에서 베트남 여성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지 일주일 만에 남편에게 살해된 것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성행하는 국제결혼의 실태와 문제점이 물 위로 부상했다.

 국제결혼이 사생활 영역인 점을 들어 개인적인 취향과 선택에만 맡겨둔 결과 각종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한 사례가 잦은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가 잘못된 국제결혼이 해당 국가와의 신뢰를 손상하고,국가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다양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법은 무허가 결혼중개업소의 정리와 삐뚤어진 결혼관의 개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결혼 작년 3만쌍

 지난해 기준으로 국제결혼을 한 국민은 모두 3만3천300여명.이는 국제결혼 붐이 한창이던 2002년 1만5천200여명과 비교하면 2배를 훌쩍 넘는 수치이다.

 2000년대 이후 매년 2만~4만명이 꾸준히 외국인 배우자와 혼인관계를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결혼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배우자 13만5천800여명 중 여성이 87%로 남성(13%)보다 압도적으로 많고,출신국가별로는 중국(동포 포함)이 49.1%,베트남 23.5%,일본 7.5%,필리핀 5%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국제결혼 대부분이 농촌총각 등 국내에서 짝을 찾기 어려운 남성들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에서 신부를 ‘긴급수혈’하는 방식으로 결혼하는 세태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국제결혼이 상업성을 노리고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무허가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무분별하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지면서 각종 비극이 잉태된다.

 결혼 상대자의 직업이나 나이,병력이나 전과 등 기본적인 정보도 여성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남성 한 명에게 다수 여성을 소개하는 ‘집단 맞선’ 등 편법적인 주선도 불행의 씨앗이 된다.

 지난 3월 캄보디아 정부가 현지 법으로 금지된 일대 다수의 집단맞선을 주선한 국내 결혼중개업체를 적발하고서 한국인과의 결혼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바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나이 어린 신부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성향에 맞춰 보통 10살 이상,많게는 20살 이상 어린 신부를 소개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현재의 결혼 방식이 사실상 신종 ‘인신매매’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여성이 살해된 직후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한국의 국제결혼 실태를 집중 조명하며 “한국 남성과의 결혼 이주는 도박과 같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가 이미지 손상…팔 걷어붙인 정부

 국제결혼이 한국의 이미지를 해치는 ‘주범’으로 떠오르면서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제결혼이 사적인 영역을 넘어서서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로 비화하는 현실을 고려해 적극적인 규제를 준비하는 것이다.

 먼저,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남성에게 출국 전 사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시행한다.

 외국인 여성과 맞선을 원하는 남성은 해당 국가로 출국하기 전 반드시 가까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소양교육을 받아야 하며,교육 미이수자는 외국인 배우자의 초청을 제한하는 게 이 제도의 골자다.

 결혼 상대방에게 필수 신상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결혼중개업체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11월 시행된다.

 그러나 국제결혼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무허가 결혼중개업체의 난립을 막아야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작년 12월 현재 공식 등록된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모두 1천237개.그러나 미등록 업체는 통계조차 잡기 어렵다.

 결혼중개업은 일정 요건만 갖추면 사업 허가를 내주는 신고제와 비슷한 일종의 등록제를 채택하는데 등록업체에 부과하는 의무사항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영업하는 소규모 영세 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결혼중개업체 중에는 한 사람이 운영하는 ‘1인 업체’도 다수 있다.그러나 이들 업체의 영업행위 경계선이 불분명해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결혼과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가부장적이고 삐뚤어진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결혼이민여성 문제를 다루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성에 대한 시각 자체가 잘못된 남성이 외국 여성과 결혼하려고 돈을 내는 행위가 근본적으로 ‘인신매매’와 다를 게 없다”며 “국제결혼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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