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때 빼앗긴 땅 1100억 국가배상

유신때 빼앗긴 땅 1100억 국가배상

입력 2014-02-21 00:00
수정 2014-02-21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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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평 강제수용 53년만에, 이자 5% 포함… 사상최고액

박정희 정권에 의해 농지를 강탈당한 농민과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47년 만에 극적으로 승소해 사상 최대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 강민구)는 백모씨 등 29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총 650여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1961년 박정희 정권은 구로공단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서울 구로동 일대 약 30만평의 땅을 강제 수용해 판잣집을 철거하고 농민들을 내쫓았다.

농민들은 이 땅이 1950년 농지개혁법에 따라 서울시에서 적법하게 분배받은 것이라며 1967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2심에서는 국가가 승소했지만 상고심에서는 다시 농민들의 손을 들어줘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을 심리하던 1970년 5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부가 패소하지 않도록 가능한 조치를 취하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한 뒤 탄압이 시작됐다. 검찰은 농민들에게 소송 사기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수사 과정에서 “감옥 갈래, 소송 포기할래”라고 협박했다. 결국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 결정을 내려 다시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피해자들의 소유권 취득이 불가능해진 1998년 말 구로동 토지 시가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650억원에 대한 연 5%의 이자까지 가산하면 전체 배상금은 1100억원으로 국가를 대상으로 한 단일 사건으로는 사상 최고액에 해당한다.

종전 최고액은 2007년 8월 선고가 내려진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이자를 더해 635억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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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02-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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