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속 두 딸 살린 아빠 ‘환한 미소’ 남기고 떠나다

화마 속 두 딸 살린 아빠 ‘환한 미소’ 남기고 떠나다

김예슬 기자
김예슬, 강동용 기자
입력 2023-12-28 23:39
업데이트 2023-12-2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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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화재’ 30대 가장 발인식

조문객 “착하고 활발한 사람” 오열
영정사진은 턱시도 입은 ‘웨딩사진’
중상 입은 아내·두 딸은 참석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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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추모관에서 지난 25일 새벽 도봉구 아파트 화재 당시 가족을 구하고 숨진 박모(33)씨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이날 서울 노원구의 장례식장에서도 함께 숨진 아파트 주민 임모(37)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뉴스1
28일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추모관에서 지난 25일 새벽 도봉구 아파트 화재 당시 가족을 구하고 숨진 박모(33)씨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이날 서울 노원구의 장례식장에서도 함께 숨진 아파트 주민 임모(37)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뉴스1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두 딸을 살리고 숨진 박모(33)씨의 빈소가 차려진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추모관. 박씨의 발인이 엄수된 28일 이른 아침부터 빈소에서는 “이럴 수는 없다”며 오열하는 목소리와 함께 흐느낌만 들렸다. 슬픔이 내려앉은 빈소에는 고인의 마지막 떠나는 길을 함께하기 위해 모인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유족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고인의 발인을 준비했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박씨의 발인식은 예배 형식으로 진행됐다. 빈소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도와 찬송가에는 울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발인 예배가 끝난 뒤 유족이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나오자 조문객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사진 속 박씨는 턱시도를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박씨의 영정 사진은 결혼식 당시 사진으로 알려졌다.

박씨와 교회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진 아내 정모(34)씨와 부부의 두 딸은 발인에는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화재 당시 어깨와 허리에 중상을 입고 척추가 부러져 현재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전날 오후 박씨의 입관식에 참여하기 위해 빈소를 찾은 정씨는 10분 정도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

조문객들은 하나같이 박씨를 ‘심성이 착하고 활발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박씨의 약대 재학 시절 선배인 차모(34)씨는 “예의가 바르고 착해서 선배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후배였다”고 전했다. 대학 시절 박씨를 지도했다는 박모(64) 교수는 박씨가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투약 봉사를 나가던 부지런하고 성실한 제자였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성탄절 새벽 301호에서 난 불이 순식간에 위로 번지자 재활용 포대 위로 두 살짜리 큰딸을 던진 뒤 7개월짜리 둘째 딸을 이불에 싸 안고 발코니에서 뛰어내렸다. 바닥에 떨어진 박씨는 사망했고 두 딸과 박씨의 뒤를 따라 뛰어내린 아내는 생명을 건졌다.

화재 최초 신고자인 10층 거주자 임모(38)씨의 발인도 이날 오전 엄수됐다. 임씨는 부모님과 동생을 먼저 대피시킨 뒤 뒤따르다가 연기 흡입으로 아파트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김예슬·강동용 기자
2023-12-2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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