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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붕괴사고 유족 “2년 전 우리가 강력 대응했더라면…”

잠원동 붕괴사고 유족 “2년 전 우리가 강력 대응했더라면…”

손지민 기자
입력 2021-06-13 20:56
업데이트 2021-06-1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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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광주사고 피해자에게 편지 보내

“좋은 선례 만들었으면 재발 안 했을 것
버스 안에서 생사 갈린 부녀 눈에 밟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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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잠원동 붕괴사고 당시 결혼을 앞둔 딸을 잃은 이원민씨가 지난 9일 광주 붕괴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쓴 편지(왼쪽)와 결혼을 약속했던 예비신랑의 아버지 황기연씨가 쓴 편지.
2019년 잠원동 붕괴사고 당시 결혼을 앞둔 딸을 잃은 이원민씨가 지난 9일 광주 붕괴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쓴 편지(왼쪽)와 결혼을 약속했던 예비신랑의 아버지 황기연씨가 쓴 편지.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고 빌었는데…. 저희가 강력한 대응으로 좋은 선례를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2년 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붕괴 사고의 피해자 가족들은 지난 9일 광주 동구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면서 목숨을 잃고 다친 17명의 피해자에게 못내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광주 붕괴 사고에 이원민(65)씨와 황기연(61)씨는 “2년 전 악몽이 되살아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9년 7월 4일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예비신부인 딸(당시 29세)을 잃었다. 잠원동에서 철거 공사 중인 지상 5층 건물이 붕괴하면서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차에 탄 딸을 덮쳤다. 옆자리에 앉은 예비신랑인 황씨의 아들을 포함해 3명이 다쳤다.

광주 사고는 잠원동 사고와 판박이였다. 방송 화면으로 사고 장면을 본 이씨의 아내는 그대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황씨는 광주 사고 피해자 중에서도 버스 뒷자리에 앉은 딸과 앞자리에 앉은 아버지의 생사가 갈린 사연이 자꾸 눈에 밟힌다고 했다. 이씨의 딸과 황씨의 아들이 부녀와 같은 운명을 겪었기 때문이다. 황씨는 “아들이 (예비신부가) 자신의 무릎에서 숨져 갈 때의 모습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걸 너무 힘들어한다. ‘차라리 같이 가는 편이 더 좋지 않았겠나’라고 말하기도 한다”면서 “생존하신 아버지도 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잠원동 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 철거업체 현장 소장과 감리 책임자 등이 지난해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2년형과 금고형을 선고받았으나 건축주와 담당 구청 공무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 그사이 담당 검사만 세 번 바뀌었다.

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은 형사재판이 끝나야 시작할 수 있다.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전문건설공제조합은 보험금 2억원이 예상 손해액(7억 6100만원)을 초과해 법원에 보험금을 변제공탁하고 소송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유족들은 황씨 아들의 병원 치료비까지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이씨는 “아이 엄마에게 ‘사건이 완결됐으니 이제 그만 잊자’고 말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1-06-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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