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하고 성실한 친구 잃어”… 불안에 빠진 ‘신림동’

“명랑하고 성실한 친구 잃어”… 불안에 빠진 ‘신림동’

강동용 기자
입력 2023-08-20 17:48
수정 2023-08-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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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인근 주민들 “평소 산책하던 곳” 충격·불안
치안활동에도 범죄…신림역 골목·공원 인적 감소
빈소는 동료·친구 울음소리만…“공무상 재해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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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의 한 등산로
신림동의 한 등산로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지나가던 여성을 성폭행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0일 이 등산로 일대가 한산한 모습.
강동용 기자
“주말인데도 평소보다 사람이 적네요. 자주 산책하던 곳에서 끔찍한 일이 생겨 걱정이 큽니다.”

2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만난 윤모(43)씨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지난 17일 이 등산로와 연결된 야산에서 최모(30)씨가 대낮에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인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하자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지난달 이곳에서 불과 2㎞ 떨어진 신림역 일대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뒤 경찰은 이 지역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였지만,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각지대를 노린 범죄는 막지 못했다.

이날 등산로를 찾은 시민들은 사건 발생 지점을 공유하며 서로 주의를 당부했다. 등산로에서 만난 정모(69)씨는 “매일 아침 운동하는 곳에서 범죄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서운 마음이 커 며칠간 운동을 나오지 못했다”며 “같이 사는 딸이 걱정돼 조심하라고 매일 신신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등이 위치한 주거지 인근 야산에서 흉악 범죄가 벌어졌다는 사실에 주민들의 충격은 컸다. 성폭행을 계획한 최씨는 금천구 독산동 집에서 출발한 뒤 평소 다니던 등산로에 CCTV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년 넘게 신림동에 거주하면서 이 등산로를 찾는 방모(79)씨는 “사건 현장이 이 근처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며 “앞으로는 최대한 사람이 많은 길로만 다닐 것”이라고 했다. 사건 당일에도 등산로에서 경찰과 소방을 마주친 김모(57)씨는 “신림동에서 계속 범죄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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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을 찾기 힘든 신림역 골목
인적을 찾기 힘든 신림역 골목 지난달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을 20일 경찰 순찰차가 순찰하고 있다.
강동용 기자
신림역 일대 상권도 이번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한산한 모습이었다. 신림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9)씨는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인파가 줄면서 매출도 반토막 났다”며 “최근 다시 회복하는가 했더니 또 이런 흉악범죄가 발생해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찰의 특별치안활동이 실효성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지난달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경찰은 다중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살인 예고 지역 등에는 장갑차까지 배치했다. 신림역 일대에도 순찰차와 기동대가 배치됐지만, 범죄는 대낮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발생했다. 신림역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이모(41)씨는 “거리 곳곳에 배치된 경찰이 시민들에게 위압감을 주고 사건을 상기시키기만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전날 구속된 최씨가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최씨의 혐의를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상해’에서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했다. 피해자 A씨는 최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직후인 전날 오후 3시 40분쯤 사망했다. 서울중앙지법 김봉규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사망한 사정까지 감안해 전날 오후 9시쯤 강간 등 상해 혐의로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씨는 ‘범행 당일 성폭행은 미수에 그쳤고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씨가 범행 4개월 전 금속 재질 흉기인 너클을 구매했고, A씨가 의식을 잃을 정도로 폭행한 점을 감안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입증될 가능성이 크다. ‘강간 등 치사죄’와 ‘강간 등 상해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강간 등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이다.

경찰은 21일 A씨의 시신을 부검해 폭행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씨의 범행 계획을 입증하고자 휴대전화와 컴퓨터 포렌식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A씨에 대한 공무상 재해를 검토하고 있다. A씨는 교내에서 예정된 교직원 연수 업무를 위해 평소 이용하던 등산로로 출근하던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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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빈소에서 만난 A씨의 동료 교사들은 “워낙 명랑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A씨의 대학 동기도 “왜 하필 이 친구가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해야 했는지 너무 슬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9일 빈소를 조문한 뒤 “교육청 소속 노무사와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무상 재해를)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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