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년 13만명, 스스로를 가두다

서울 청년 13만명, 스스로를 가두다

장진복 기자
장진복 기자
입력 2023-01-19 02:32
수정 2023-01-1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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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고립·은둔청년 첫 조사

취업난·괴롭힘 겪어
최소 6개월은 ‘집콕’
41.2% “5년 넘었다”
전국 총 61만명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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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청년 현황
고립·은둔 청년 현황
서울에 사는 박모(28)씨는 방 안에서만 지내는 ‘은둔 생활’을 5년째 이어 왔다. 가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할 뿐 깨어 있는 동안에는 거의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방문 앞에 둔 식사를 챙겨 먹는 시간 외에는 잠을 자거나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낸다.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20명 중 1명꼴로 세상과 거리를 둔 채 고립·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에서만 최대 13만명이 취업난과 심리적 어려움 등으로 스스로를 가뒀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고립·은둔 청년은 약 61만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경기 안산시(64만여명) 인구수에 달하는 수치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최초로 실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가구조사(5221가구) 및 청년조사(5513명)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실제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당사자와 가족 등을 심층 조사했다. 시는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구할 사람 등이 없는 정서적·물리적 고립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된 경우를 고립 청년으로 규정했다. 또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방과 집 안에서만 생활한 지 최소 6개월이 된 경우를 은둔 청년으로 정의했다.

조사 결과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 청년 비율은 4.5%로 추정됐다. 이를 서울시 청년인구에 적용하면 최대 13만명, 국내 청년인구에 적용하면 약 61만명으로 추정된다.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는 “그동안 경제활동 통계 등으로 추정했을 때 고립·은둔 청년 비율이 최소 1%로 잡힌 데 비해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에 나타난 고립·은둔 생활의 주된 계기는 실직 또는 취업의 어려움(45.5%)이었다. 청소년기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경험(62.1%)과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57.2%)도 스스로를 고립·은둔 상태로 모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심층 인터뷰를 한 남성은 “왕따로 학교 다니기가 싫었고 대입 실패 이후 부모님의 반대로 재수할 수 없었다”며 “스물한 살 때까지 1년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립·은둔 청년의 55.6%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생활이 5년 이상 장기화됐다는 비율도 41.2%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55.7%)은 은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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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청년들은 그동안 정책이나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돼 있었다. 김 교수는 “청년 정책이 취업, 일자리 위주로 짜여 있다”며 “이들이 이동상 어려움을 겪는다는 특성을 감안할 때 가까운 곳에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전국적으로 전문가나 특화 기관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상담 중심이었던 지원 사업을 체계화하고 이를 종합 관리하는 ‘마음건강 비전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2023-01-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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