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냐’, ‘위안부가 자랑이냐’···버젓한 ‘혐오 현수막’ 제재 안 되나

‘사망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냐’, ‘위안부가 자랑이냐’···버젓한 ‘혐오 현수막’ 제재 안 되나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12-21 19:04
수정 2022-12-2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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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분향소·수요집회 현장에
2차 가해 현수막 버젓이···유가족 고통
현수막 갈등에 유가족 무릎 꿇기도
현행법상 집회용 현수막은 단속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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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맞은편에 21일 보수 단체가 설치한 2차 가해성 현수막이 걸려있다. 곽소영 기자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맞은편에 21일 보수 단체가 설치한 2차 가해성 현수막이 걸려있다.
곽소영 기자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현장에 ‘혐오’ 발언을 담은 현수막이 버젓이 게재됐지만 관련 법의 한계로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유가족 등 당사자들이 현수막 내용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단속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고스란히 2차 가해로 방치돼있는 실정이다.

2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 앞에는 ‘2021년도 사망자 31만 명이다. 이런 사고, 사망도 국가가 책임져야 하나’, ‘민주당이 집권한 5년 동안 14번의 참사가 일어났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과를 본 적이 없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보수단체가 분향소 앞에서 맞불 집회를 신고한 후 설치한 현수막이다.

지난주에는 보수단체의 해당 현수막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해 용산경찰서에 수사 의뢰가 접수되는 등 현수막을 둘러싼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보수단체 측이 현수막을 훼손한 것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관계자가 아니냐고 항의하자 희생자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씨는 “추모만 제대로 할 수 있게 분향소가 유지되도록 해달라”며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용산구에는 해당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10건 이상 접수됐지만 구 측은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옥외광고물법 제8조에서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해 설치하는 경우’에는 현수막 설치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해당 단체가 24시간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옥외광고물법상 단속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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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인근 집회 현장 맞은편에 보수단체가 설치한 2차 가해 현수막이 게시돼있다. 곽소영 기자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인근 집회 현장 맞은편에 보수단체가 설치한 2차 가해 현수막이 게시돼있다.
곽소영 기자
이날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집회 현장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집회 때마다 충돌해 온 보수단체가 최근 수요집회가 열리는 평화로를 따라 ‘위안부는 매춘 행위를 하는 여자를 지칭하는 것’, ‘역사왜곡 30년’ 등의 현수막을 함께 내걸기 시작한 것이다. 정의연에 따르면 이전 집회에는 ‘위안부가 자랑이냐’, ‘위안부는 포주와 계약 맺고 돈을 번 직업 여성’ 등의 현수막도 설치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의연 측은 종로구에 현수막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구 측은 지난 12일 “집회 신고한 모든 단체가 해당 시간과 장소의 범위 내에서 현수막을 활용해 실제 집회·시위를 하고 있다”며 “옥외광고물법 제8조에 의한 적용 배제 대상으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옥외광고물법 제5조는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 등 현수막의 내용에 대해서도 규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조항에 따른 내용 단속 역시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현수막의 설치 방법이나 내용이 완전히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단속이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집회 때마다 현장에 일일이 나가 현수막 내용이 옥외광고물법 제5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조항에 해당되는지 바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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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는 유가족과 ‘위안부’ 피해자 등 당사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소속 최헌국 목사는 “자녀들의 억울한 죽음도 모자라 2차 가해 발언을 보고 듣는 유가족들은 뒤로 넘어갈 지경”이라며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참사를 향해 쏟아지는 2차 가해 행위 역시 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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