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못 따라잡는 ‘재난 대피소’

기후변화 못 따라잡는 ‘재난 대피소’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8-10 22:04
수정 2022-08-1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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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 대피소 전부 지하에 몰려
기습폭우 땐 위험해서 접근 불가
이재민 시설은 앱 깔아 검색해야
尹 “호우피해 국민께 죄송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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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의 비극’ 주택가서 수해복구 돕는 장병들
‘반지하의 비극’ 주택가서 수해복구 돕는 장병들 이틀간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10일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이 서울 관악구 주택가에서 폭우로 침수된 가구와 집기 등을 정리하고 있다. 기록적 폭우로 서울 등 수도권에는 570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3716동의 주택 및 상가가 침수됐다.
연합뉴스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중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에 수도권에서 이재민이 약 570가구 발생했지만 유사시 활용하는 민방위 대피소는 전부 지하에 위치한 탓에 이번 호우에서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또한 제대로 안내되지 않은 탓에 이용이 어려웠다. 이번 폭우처럼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응하려면 안전안내문자 발송 등 대피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으로 서울에 총 3233곳의 민방위 대피소가 마련돼 있다. 이 중 지하철 역사와 터미널, 지하보도·차도·상가가 대피소로 지정된 경우가 330곳에 달했다. 대피소로 지정된 공공주택은 1749곳으로 대부분 지하주차장이 이용된다.

지하 공간은 이번 폭우 때 사망·실종 사고가 발생한 위험지역이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9호선 동작역 등 적지 않은 지하철역이 물에 잠겨 폐쇄됐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민방위 대피소는 공습을 막기 위해 지하에 위치해 있어 호우 땐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국 1만 4884곳의 이재민 임시주거시설로 긴급 대피를 할 수도 있지만 안내가 제때 되지 않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 9일 임시주거시설로 지정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가자 직원이 “그런 사실을 들은 적 없다”며 막아섰다.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임시주거시설은 1층짜리 건물이라 침수에 취약한 구조였다.

또 긴급 상황에 처한 시민이 직접 국민재난포털에 접속하거나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야 시설을 파악할 수 있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사실상 이용이 어렵다.

갑작스러운 ‘물폭탄’에 경황이 없던 시민들도 지자체의 안내가 부족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관악구의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김철우(30)씨는 “인근 공사장 자재가 물에 떠내려와 하수구를 다 막고 있었는데 소방기관도 연락을 받지 않고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몰라 직접 하수구를 치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지하 주민 하동원(30)씨는 “일단 대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었는데 주변에서 주민센터로 가야 한다고 알려 주지 않았다면 막막했을 것”이라며 “안내문자 등 대피 장소를 사전에 알려 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영주 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자체마다 주요 침수지역과 홍수 대피소를 표시한 홍수지도가 있지만 일반인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상황에 따라 시민이 어떤 대피소로 이동해야 하는지 적기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범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현재는 지진이나 풍수해 등 모든 재해에 동일한 대피소를 사용하고 있다”며 “침수 등 상황에 맞게 안전 훈련 매뉴얼을 개정하고 별도 대피소를 지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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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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