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니까 철도역도 괜찮다?…“역세권 살고 싶다 했지, 역 위에 살고 싶댔나”

청년이니까 철도역도 괜찮다?…“역세권 살고 싶다 했지, 역 위에 살고 싶댔나”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21-12-23 17:15
수정 2021-12-2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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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역사 위 청년공공주택 공급 발표소음·진동 우려에도 ‘반값·역세권’ 내세워청년 “숫자 늘리기 급급..집다운 집 지어야”전문가 “청년 문화공간, 주민 공원 조성해야”“역세권에 살고 싶다 했지, 역 위에 살고 싶댔나요.”

최근 정부가 새로 개통되는 철도 역사 위에 집을 지어 청년들에게 공급하겠다는 방안에 정작 수요 대상자인 청년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땅은 없고 주택 공급은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아이디어이지만 주거의 질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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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불평등 해소하라”
“주거 불평등 해소하라” 10·17빈곤철폐의날조직위원회와 너머서울, 주거권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4일 서울 세종대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10·4 세계 주거의 날’ 공동행동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머리에 쓴 집 모양의 조형물에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메시지들이 붙어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매번 역세권 청년주택에 도전하고 있는 김모(26)씨는 23일 “그동안 역 근처에 지어진 청년임대주택들도 다른 주상복합 건물들 보다 방음, 방진 기능이 떨어지고 창문도 못 연다고 들었다”며 “아무리 저렴해도 역 위에 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9일 서울시, 경기도와 함께 내놓은 계획은 서울 영등포역, 창동역 등 신안산선(2025년 개통 예정)·GTX-C(2027년 개통 예정) 신규 노선이 들어서는 8개 역을 건물로 지어 아래 쪽은 철도 출입구로, 위쪽은 주택으로 만든 뒤 시세의 절반 수준의 임대료만 받고 청년들에게 공급한다는 것이다.

역사 위 임대 주택은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한 행복주택과도 유사하다. 등촌역 옆 청년주택이나 가좌역과 붙은 행복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와 입지성으로 신혼부부와 청년층에 인기를 모으기도 했지만, 소음 문제가 불거졌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엔 10분에 한대씩 지나가는 기차 소리 때문에 잠을 못잤다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청년들은 정부가 기본적인 주거의 질이 담보되지 않았는데도 ‘청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공급 수 늘리기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마포구 역세권 청년주택에서 1년반째 거주하고 있는 안주영(33)씨는 “입주 때부터 먼지다듬이 문제가 있었는데 최근에서야 방역이 이뤄졌다”며 “서울시와 SH공사, 민자업자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집다운 집이 지속적으로 공급이 돼야 주거 문제가 해결되는데 숫자 늘리기에 급급하니 집문제가 장기화하는 것”이라며 “기본이 안 된 주택을 공급하면서 ‘청년’을 붙여 정당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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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주택 공급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공간이 같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거 공급과 품질 모두 고려해야 한다”면서 “청년들을 위한 커뮤니티센터와 주민들이 원하는 공원 등도 같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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