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내준 36년… 홀로 선 장애인들의 ‘엄마·언니’

아낌없이 내준 36년… 홀로 선 장애인들의 ‘엄마·언니’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20-09-07 21:54
수정 2020-09-08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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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복지상 대상 수상한 정현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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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씨
정현숙씨
노원구 ‘동천의집’서 1984년부터 근무
시설 퇴소한 장애인들 홀로서기 도와
살림·육아·병원치료 등 물심양면 지원
정년 앞둔 정씨 “한 게 아무 것도 없어”

“저희 ‘동천의집’ 직원들이 전부 한 일이에요. 저는 정말 한 게 없어요. 이런 큰 상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어요.”

서울 노원구의 장애인 생활시설인 ‘동천의집’에서 1984년부터 근무한 정현숙(61)씨는 7일 ‘제18회 서울시 복지상’ 대상 수상 소감을 묻는 말에 계속 ‘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정씨는 입사 이후 현재까지 36년 동안 장애인 생활시설을 퇴소해 홀로서기를 한 장애인을 돕는 ‘친정 언니’이자 ‘친정 엄마’로 일했다. 정씨 덕분에 수많은 장애인 가정이 자립에 성공했고,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도 ‘형과 언니처럼 자립하고 싶다’는 꿈과 희망을 품게 됐다.

20대부터 동천의집에서 일하기 시작해 올해 말 정년퇴직을 앞둔 정씨는 거주시설에서 퇴소한 지적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그동안 시설에서 생활하다 결혼한 가정만 20쌍이다. 살림하는 법부터 자녀 양육이나 치료까지 때로는 잔소리를 하며 혼내기도, 때로는 따뜻하게 위로해 줬다. 강원 양양에서 사는 장애인 부부의 아들을 위해 안과 수술비를 지원해 준 일, 신혼여행을 가고 싶다는 부부가 여수로 여행을 갈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일 등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고 했다.

정씨는 “시설을 떠난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곳이 여기밖에 없지 않냐”며 “원장님과 직원 모두가 합심해 바자회를 열어서 수익금으로 가재도구 사는 데 보태고, 직원 상조회에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도왔다”고 말했다.

정씨는 10여년 동안 알뜰하게 돈을 모아 빌라를 산 장애인 부부 이야기를 전하며 뿌듯해했다. 그들은 동천의집에서 만나 결혼했고,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며 돈을 차곡차곡 모았다. 정씨는 “고맙다며 김치를 여러 통 해오는 마음을 내가 왜 모르겠냐”면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데 제가 친정부모가 된 것처럼 뿌듯하고 대견했다”고 회상했다.

서울시는 이날 정씨 외에도 73세의 나이로 은퇴 후 13년간 어르신과 장애인을 위해 봉사한 홍경석씨에게 자원봉사자 분야 최우수상을, 장애인 인권증진과 차별 해소에 앞장선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심희경씨에게 종사자 분야 최우수상을 수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상식은 열지 않고 개별적으로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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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20-09-0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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