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건 ‘피해 호소인’ 논란에 유시민 딸이 뿔난 이유(종합)

박원순 사건 ‘피해 호소인’ 논란에 유시민 딸이 뿔난 이유(종합)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0-07-16 14:47
수정 2020-07-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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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2020.7.13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2020.7.13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후 박 전 시장 고소인에 대해 일각에서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하면서 ‘피해자’ 용어 선택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피해호소인’ 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안한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출신 류한수진(30)씨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말을 가져다 쓰기 전에 말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길 바란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류씨는 이 용어를 쓰게 된 계기를 설명한 뒤 “박원순 고발자는 ‘피해자’로 칭하는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류씨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자녀이기도 하다.

서울대 ‘담배 성폭력’ 사건 때 처음 등장2011년 서울대에서 발생한 ‘담배 성폭력’ 사건을 두고 학생들이 2년여에 걸쳐 논쟁하는 과정에서 ‘피해호소인’과 ‘가해지목인’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당시 한 여학생은 어느 남학생이 ‘대화할 때 담배를 피우며 남성성을 과시했다’며 성폭력 신고를 했고, 신고를 받은 단과대 학생회장이 이를 반려하면서 학내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학생단체가 단과대 학생회장이 2차가해를 했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후 진상 조사와 논쟁 끝에 단과대 학생회장을 2차가해자로 규정한 이들은 “사건 성격규정을 능동적으로 하지 않아 ‘담배’ 부분까지 무리하게 성폭력으로 인정해버리는 모양새가 됐다”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왜곡한 것을 반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사회대 학생회장이었던 류한수진씨는 “회칙에 따르면 이 사건을 성폭력으로 보지 않는 제가 2차 가해자가 될 수도 있으나, 이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할 의사가 없다”며 회장직을 사퇴했다. 다음해 회칙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사회대 학생회는 류씨를 팀장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의견 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에서는 ‘성차에 기반을 둔 (성차별적) 행위’도 성폭력으로 본다는 기존의 회칙을 없앴고, 관련 용어와 함께 피해 호소인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 가해 지목인의 의무 등을 규정하게 됐다고 류씨는 설명했다. 류씨는 “사건을 은폐하거나 해결을 방해하지 말란 취지의 것이 태반”이라고도 말했다.

여성 연대·남성 연대에 일침 “일말의 고민 해달라”여성 단체는 현행 법률에도 확정 판결 전에 ‘피해자’라는 말을 쓰는 사례가 있다면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법학자인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형사절차상 주의해야 하는 것은 범죄자(가해자)를 확정 판결 전에 유죄추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부르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썼다.

류씨는 “여성 연대는 말을 지우기 전에, 남성 연대는 말을 가져다 쓰기 전에 말한 사람의 목소리를 제발 좀 듣고 일말의 고민이라도 해달라”고 당부했다. 류씨는 “피해자를 영원히 피해 호소인으로, 피해자의 고발을 영원히 일방적 주장으로 가둬 둘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그런 용어를 제안하고 회칙을 만든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 기대할 기관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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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 유골함과 영정을 든 유족들이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 시장 생가로 향하고 있다. 2020.7.13  연합뉴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유골함과 영정을 든 유족들이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 시장 생가로 향하고 있다. 2020.7.13
연합뉴스
류씨는 “시 당국이나 정당의 대표로서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겠으나 시민으로서 저는 이 시점에서 고발자 분은 피해자로 칭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가가 성폭력 문제 해결에서 내내 보여 온 극단적인 무능과 남성 중심적 편향, 민주당이 이 문제에 보여온 어정쩡하고 보수적인 자세, 서울시가 이미 문제제기를 묵살했다는 해당 여성의 고발을 고려할 때 사실 이 문제에 (서울대) 회칙의 ‘원론’을 적용할 수 있긴 한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류씨는 “절차 이전에 가·피해를 확정짓지 않는다는 것은 성인지적인 의미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가 이뤄진다는 전제 위 도입된 원칙인데, 이 사건의 그 어디서도 그러한 절차를 기대할 만한 기관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식 기관의 대표들이 피해 호소인이란 대체어를 고집하는 것은 정말 유감스럽게도 실제로 보수 언론과 야당, 논객들의 말대로 사건 자체를 무화하거나 최소한 가해자의 불명예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비친다. 의도와 상관없이 그런 효과를 어느정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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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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