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인에겐… 자식은 ‘웬수’·남편은 ‘남 편’

여성 노인에겐… 자식은 ‘웬수’·남편은 ‘남 편’

김동현 기자
입력 2020-06-15 22:22
수정 2020-06-16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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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5세 이상 학대 피해자 82% 여성

노인 10명 중 9명 가족에게 학대 당해
가해자 37%가 아들… 배우자 뒤이어
서울에 사는 A(75) 할머니는 아들(50)이 찾아오는 날이 두렵다. 몇 년 전 일을 그만둔 아들은 가끔 할머니를 찾아와 모아 둔 돈을 내놓으라며 난리를 피운다. 할머니는 생활이 넉넉하지 않지만 돈을 주지 않으면 아들이 폭언과 욕설로 괴롭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돈을 준다. 아들의 학대를 견디다 못한 할머니는 결국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연락해 거처를 옮긴 뒤에야 아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학대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 10명 중 9명이 아들과 배우자 등 가족으로 나타났다.

15일 서울시가 ‘세계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 통계를 처음으로 작성한 2005년 590건이던 서울 지역 노인학대는 지난해 1963건까지 늘었다. 보고서는 시가 운영 중인 노인보호전문기관 운영보고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노인학대 피해자는 여성(81.5%)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노인학대를 한 사람 10명 중 9명은 가족(89.1%)이었다. 가족 내에선 아들(37.2%)과 배우자(35.4%)가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딸(11.9%)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 보면 어르신을 학대한 행위자는 남성(78.3%)이 많았다.

서울시는 “고령화로 사회와 가족의 부양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부양 부담자의 스트레스나 부담을 가중시켜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노인학대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4개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노인학대 건수는 1만 6071건, 이 중 학대 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5243건이었다. 신고는 전년 대비 3.8%, 학대 사례는 1.1% 증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6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노인에 대한 금지 행위’ 조항에 정서적 학대 행위가 추가되면서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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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20-06-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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