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포도, 관광객도 통 안보여 조금만 모여도 차가운 눈초리”

“中동포도, 관광객도 통 안보여 조금만 모여도 차가운 눈초리”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1-29 21:58
수정 2020-01-3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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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뚝… 썰렁한 대림중앙시장

“평소엔 손님 10명 중 7명이 중국인
中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비난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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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금지” “예방 우선” 엇갈린 민심
“입국 금지” “예방 우선” 엇갈린 민심 이창호(뒷쪽 오른쪽 두 번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등이 2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및 대책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 회견장 앞에서 한 시민이 중국인의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가슴에 붙인 채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춘제(중국의 설) 지나고 보름 정도까지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데, 올해는 통 못 봤네.”

29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김명순(60·가명)씨는 마스크를 쓴 채 텅 빈 가게 앞 사거리를 바라봤다. 이맘때면 여행가이드를 따라다니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거리 풍경이 확 달라졌다. 중국인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이 동네에 사는 중국동포들의 왕래까지 줄었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진 뒤로 중국동포들이 모여 사는 대림동 거리가 썰렁해졌다. 이날 대림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중국동포인데 손님들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에서 화장품을 파는 박명희(62·가명)씨는 “하루에 오는 손님 10명 중 7명은 중국동포 또는 중국인 관광객”이라면서 “춘절 연휴 때 고향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갔다가 신종 코로나 때문에 귀국하지 못한 중국동포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과 행인을 포함해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상인 중 일부는 가게 안에 손 소독제를 가져다 두었다. 이날 대림동에서 만난 중국동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인과 중국동포에 대한 비하와 혐오 때문이다. 전염병이 낳은 ‘중국인포비아’는 소셜미디어(SNS),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대림동에서 올해로 17년째 중국식품 가게를 운영 중인 중국동포 최모(46)씨는 “대림중앙시장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만남의 장소였는데, 지금은 중국인이 조금만 모여 있어도 사람들이 차가운 눈초리를 보낸다”면서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지금처럼 감염 피해가 커진 것은 중국 정부가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대림동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중국식 소시지 ‘라창’을 파는 30대 중국동포는 “중국 사람들의 입국 금지를 원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커진 만큼 중국 사람들만 겨냥해 비난하기보다는 서로 돕고 전염병 확산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0-01-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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