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알리지 말라” 시한부 선고 노숙인의 쓸쓸한 죽음

“가족에게 알리지 말라” 시한부 선고 노숙인의 쓸쓸한 죽음

강경민 기자
입력 2019-12-07 10:16
수정 2019-12-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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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 후 가족의 피해를 줄이려고 재산을 나눠 주고 이혼한 후 16년간 노숙 생활을 하던 60대가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고 며칠 만에 숨졌다. 그의 임종은 노숙인 거리상담원과 간호사가 지켰다. 그는 끝까지 가족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연락처를 알려 주지 않았다.

7일 노숙인 지원시설인 서울시립 브릿지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1956년생 이모씨가 11월 16일 이 시설에서 숨을 거뒀다.

이씨는 2003년부터 노숙을 시작했다. 사업실패의 피해가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이혼하면서 전처와 자식들에게 전재산을 양도하고 억대의 채무는 본인이 떠안았다. 그리고 나서도 한동안은 아이들의 양육비와 학비를 벌어야 했다.

그는 건설일용직 노동자, 환경미화원, 공공일자리, 고시원 총무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거리 생활을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사정이 좋을 때도 고시원 쪽방이 고작이었다.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면 때때로 노숙인 시설의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10여년을 지낸 그는 지난달 초에 대장암 말기이며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적십자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며칠 만에 무단으로 퇴원한 후 거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틀 만에 동대문 부근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브릿지종합지원센터로 실려 왔다. 담관 폐색으로 황달이 심해진 상태였다.

그다음 날 그가 받아든 시립병원의 진료 결과는 더 암담했다. 대장암과 담관폐색뿐만 아니라 위암과 신부전 등 다른 질환들도 발견됐다. 남은 수명은 불과 열흘 남짓으로 추정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센터는 여러 국공립 및 민간 병원에 이씨의 입원을 의뢰했으나,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다. 편안히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려면 꽤 긴 기간 대기를 해야 했다.

이씨는 11월 15일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지는 못한 채 예약만 하고 시설로 돌아왔으며, 2시간 후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켰다.

이씨는 응급실 입원은 싫다며 센터가 지원하는 휴대용 산소캔과 수액 등에 의지해 연명하다가 다음 날인 16일, 64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그의 시신은 한 민간병원에 안치됐다.

그가 오랜 기간 사회복귀를 위해 발버둥 치던 모습을 보아 온 브릿지종합지원센터 직원들은 “더 늙어서도 센터에서 있고 싶다”던, 소박함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그의 소망을 되새기며 그의 죽음에 가슴 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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