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능PD·작가 첫 ‘스트레스’ 조사…“60세까지 한다” 단 1명

[단독] 예능PD·작가 첫 ‘스트레스’ 조사…“60세까지 한다” 단 1명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9-10-04 13:33
수정 2019-10-0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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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연구팀 조사…스트레스 고위험군 76.9%

‘스트레스 고위험군’ 간호사의 3배
전신피로·불면증·수면장애 시달려
경력 늘수록 스트레스 강도 높아져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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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PD와 예능작가 중 ‘스트레스 고위험군’이 대학병원 간호사의 3배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예능PD와 예능작가에 대한 스트레스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예능PD 40명, 예능작가 25명에게 “60세에도 지금과 같은 일을 하겠느냐”고 질문했더니 단 1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2016년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 이한빛 PD 사망 등의 영향으로 올해 7월부터 방송가에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고 방송 스태프의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모던필라테스 서울시청점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이 최근 한국산업보건학회지에 보고한 ‘예능 PD, 예능 작가의 직무스트레스요인이 스트레스 수준 및 우울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예능PD·작가 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 고위험군이 76.9%(50명)에 이르렀다. 잠재적 스트레스군은 23.1%(15명)였다. 스트레스 측면에서 건강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1명도 없었다.

이번 조사는 2017년 12월 20일부터 지난해 2월 20일까지 지상파와 케이블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예능PD·작가를 대상으로 설문지를 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자의 경력은 7년 미만이 33명, 7년 이상~14년 미만이 28명, 14년 이상이 4명이었다. 근무형태는 정규직 30명, 계약직 6명, 프리랜서 29명이었다.

소득은 월 100만~200만원 미만이 10명, 월 200만~300만원 미만 19명, 월 300만~400만원 미만 19명, 월 400만원 이상 17명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들 스태프의 스트레스 정도가 대학병원 간호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이 인용한 보고서에서 대학병원 간호사 중 스트레스 고위험군은 25.1%, 잠재적 스트레스군은 73.2%였다. 우리나라 일반 직장인은 고위험군이 22.0%, 사무직 공무원은 24.8%로 예능방송 스태프의 고위험군 비율이 훨씬 높다.

연구팀이 “60세에도 지금과 같은 일을 하겠느냐”라고 묻자 단 1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전반적인 근로환경은 ‘만족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61.5%로 ‘만족한다’(38.5%)보다 높았다. 건강문제 중 과도한 업무에 의한 두통·눈의 피로(95.4%), 전신피로(92.3%), 요통(64.7%), 불면증·수면장애(58.5%)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예능작가는 방송소재 기획, 취재, 전문가 미팅, 구성안 작성, 출연자 섭외, 촬영 장소 섭외 관리, 촬영 콘티 작성, 편집시사회, 가편집 참여, 원고작성 등을 맡는다. 예능PD는 프로그램의 총괄 책임자로 기획, 제작비 책정, 방송 시간대 조율, 출연진 인터뷰 및 출연 설득, 카메라·분장·음향 등 각 팀의 일정조율, 촬영, 편집, 수정 편집 등을 맡는데 늘 과도한 업무량과 시청률 압박에 시달린다.

일반적인 노동자와 달리 이들은 경력이 늘어날수록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직장인은 연차가 높아질수록 스트레스가 낮아진다. 연구팀은 “연차가 높아질수록 프로그램 책임자 역할을 하게 되고 매주 방영해야 할 제작물에 대한 시간적·심리적 압박감과 프로그램 완성도, 시청률과 시청자 평가가 스트레스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직무스트레스 요인에 의한 우울 정도는 예능작가보다 예능PD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주 60시간 이상의 근무가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조사 대상자 중 근무시간이 주 40시간 미만은 9명에 불과했다. 40시간 이상~60시간 미만이 19명, 60시간 이상~80시간 미만이 16명, 80시간 이상도 21명이나 됐다.

연구팀은 “높은 스트레스 수준을 낮출 수 있도록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직무요구와 직무자율성 결여, 직무불안정 등 직무스트레스 요인들에 대한 개선과 장시간 근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7월부터 방송가에도 주 52시간제가 도입됐지만 완전한 정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계도기간은 이달 말까지다.

지난 6월 KBS, MBC, SBS 지상파 3개 방송사와 언론노조,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로 구성된 4자간 공동협의체는 장시간 노동 개선을 위한 ‘드라마 제작환경 가이드라인 기본합의’를 체결했다. 그러나 당시 협의체도 “주 52시간제 시행에도 대비한다”는 입장을 겨우 내놨을 뿐이어서 제도 정착에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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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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