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에 뿔난 학부모 ‘국공립 단설’ 원하는데…병설이 94%

사립유치원에 뿔난 학부모 ‘국공립 단설’ 원하는데…병설이 94%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0-20 15:53
수정 2018-10-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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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빈교실 활용해 단설보다 설립 쉬워…단설 없는 지역도 부지확보·사립반발 등이 ‘난관’…‘매입형 공립’ 등 돌파구도

최근 드러난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에 분노한 학부모들 목소리가 ‘국공립유치원 확대’로 모이고 있다. 특히 ‘국공립 단설유치원’을 늘려달라는 의견이 많다.

20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주최로 열린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에서도 국공립 단설유치원을 늘리자는 주장이 나왔다.

국공립유치원을 늘리자는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국가가 유아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정부는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2022년까지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원아 비율(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이다. 지난해 기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24.8%다.

물론 국공립유치원 확대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지금 공립유치원은 주로 초등학교 빈 교실을 이용한다”면서 “지난 4년간 빈 교실을 샅샅이 찾아내 거의 다 병설유치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병설유치원에 주목하는 것은 기존 학교시설을 활용해 단설유치원보다 설립이 쉽기 때문이다. 부지를 별도로 확보할 필요도 없고 학생감소에 따라 학교에 남는 공간을 활용한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다 보니 국공립유치원 대부분이 병설유치원이다. 유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펴낸 ‘공립유치원 확충 정책평가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4천678개 국공립유치원 중 병설이 94.1%(4천403개)에 달한다.

심지어 제주처럼 병설 공립유치원만 있고 단설은 없는 지역도 있다.

학부모들은 시설과 설비가 유아에 맞춤하게 구성된 단설유치원을 더 원한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가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 자제’를 언급했다가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 것도 이 때문이다.

단설유치원 설립을 어렵게 하는 첫 번째 ‘난관’은 부지확보다.

서울에 단설유치원 1곳을 새로 만들려면 100억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다. 실제 구로구 항동공공주택지구에 들어선 항동유치원의 경우 토지매입비와 건설비로만 85억원 가까이 들었다.

사립유치원들이 공립유치원 확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서울과 대전 등에서 진행된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현장세미나들이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집단행동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한유총은 기본계획안 중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40%까지 높인다는 내용에 크게 반발했다.

사립유치원들은 온라인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아 왔는데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으로 유치원 원서접수가 이뤄지면 국공립유치원으로 신청이 몰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교육 당국은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3월 ‘매입형 공립유치원’을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경영이 어려운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매입형 공립유치원은 기존 유치원 시설을 재활용할 수 있어 쉽고 효율적으로 공립유치원을 확보할 방안으로 꼽힌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붕괴한 서울상도유치원을 대신해 인근 사립유치원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유치원을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공립유치원 설립·운영 부담을 교육청과 지자체가 나눠 짊어지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목표달성을 위해 매년 국공립유치원 학급을 500개 이상씩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택지개발지구 유치원 의무설립지역에는 단설유치원 위주로 유치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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