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투값 달라면 돈 던져”… ‘공짜 봉투’ 단속에 우는 상인들

“비닐봉투값 달라면 돈 던져”… ‘공짜 봉투’ 단속에 우는 상인들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18-04-03 22:42
수정 2018-04-0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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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상 비닐봉투 단속 강화

봉투값 요구땐 매상 하락 우려 등
편의점 등 소규모 점포 ‘속앓이’

재활용 쓰레기 대란과 관련해 서울시가 편의점, 약국 등 소규모 점포의 비닐봉투 ‘공짜’ 제공을 단속하겠다고 나서자 관련 업주들의 고민이 큰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비닐 발생을 억제하겠다는 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비닐봉투=무료’라고 생각하는 손님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시가 채찍을 꺼내 들자 ‘원칙’과 ‘매상’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격이다.

전날 서울시는 ‘공동주택 폐비닐류 수거중단’ 사태와 관련해 비닐봉투 무상제공 금지대상 사업장을 합동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최규동 서울시 폐기물정책팀장은 “이달 중으로 서울시내 도소매 점포를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일회용 비닐봉지 무상 제공 금지는 2003년 시작됐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33㎡(약 10평) 이상의 면적을 갖춘 도소매 점포는 일회용 비닐봉투를 공짜로 줄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업주들은 손님들이 떨어져 나갈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조모(35)씨는 “가맹점주로서 비닐봉투 값은 당연히 받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손님들이 두 번 다시 안 오더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공짜가 아니라며 봉투값을 요구하면 면전에 돈을 집어던지는 손님도 있다”면서 “2016년에 비닐봉투 값을 받으려던 알바생이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도 있었기 때문에 알바생의 안전이 걱정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편의점 업주들은 본사에서 비닐봉투를 돈 주고 사지만 손님에게 봉투값을 요구하는 ‘간 큰’ 점주는 많지 않다. 그래서 점주별로 많으면 매달 10만원은 손해를 본다는 게 협의회 측의 설명이다.

서울시의 과태료 부과 으름장이 나오자 몇몇 약국은 이날 고육책으로 비닐봉투와 돈통을 나란히 비치했다. 손님이 자율적으로 봉투값을 내고 비닐봉투를 가져가게끔 한 것이다. 서울시의 단속과 손님의 항의 사이에서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하지만 손님이 돈을 넣지 않고 봉투를 가져가도 제지하기 힘든 분위기다. 동대문구의 한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 윤모(30)씨는 “돈을 안 내고 봉투를 가져가도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단속을 대비해서 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비닐봉투는 돈 주고 사야 한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알린 뒤 단속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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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8-04-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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