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억원 들인 학교보안관, 할 수 있는 건 ‘경찰 신고’뿐

290억원 들인 학교보안관, 할 수 있는 건 ‘경찰 신고’뿐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04-03 22:42
수정 2018-04-0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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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 “책임 떠넘기기… 억울”

서울시 “출입대장 미작성 잘못”

“신분 확인을 안 해서 인질극이 벌어졌다고요? 억울해서 밤새 잠을 못 잤습니다.”

지난 2일 교내 인질극이 발생한 서울 방배초등학교의 보안관 최모(64)씨는 3일 오전 11시 53분쯤 자전거를 타고 학교 정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는 “폐쇄회로(CC)TV 보면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이 다 나온다”면서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해도 상대방이 안 주면 강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31년간의 군 생활 후 예비역 대령으로 제대한 그는 “경찰이 오기 전에 범인이 흥분할까 봐 (교무실) 출입문부터 무릎 꿇고 네 발로 기어 들어가 범인을 설득했다”면서 “단지 업무일지에 작성을 안 한 것뿐인데 ‘통제가 안 됐다’고 완전히 (저를) 못된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배초 인질극 이후 학교의 소홀한 안전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범인이 작심을 하고 범행을 저지르면 학교 보안관으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보안관에게 지급되는 장비는 모자, 유니폼, 빨간 봉, 장갑 등이 전부다. 강제로 소지품을 검사할 권한도 없다. 학교 정문에서부터 흉기로 위협하고 들어와도 빨간 봉 하나를 든 보안관이 현실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뿐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국공립 초등학교는 ‘학교 보안관’, 사립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는 ‘배움터 지킴이’가 학교 안전을 책임진다. 학교 보안관은 서울시가, 배움터 지킴이는 시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국에서 이러한 이원화된 체제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현재 학교 보안관은 562개 학교에 1187명이 근무 중이다. 올해 서울시가 책정한 예산만 286억원이 넘는다. 자원봉사자인 배움터 지킴이와 달리 보안관은 계약직 직원으로 연령 제한, 체력 측정 등 자격 요건이 더 까다롭다. 학교 안전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지방자치단체가 별도의 예산을 들여 보안관 제도를 운영하는데, 인질극이 발생하면서 기본 취지가 무색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안관이 운영 지침대로 신분을 확인한 뒤 출입 대장에 이름, 연락처 등을 적시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면서도 “신분 확인 불이행과 인질극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씨가 사건 발생 직후의 초동 대처와 경찰 신고 등은 매뉴얼대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씨도 이날 오전 “억울하다”면서 징계 입장을 밝힌 학교 측에 7장짜리 경위서를 제출했다.

한편 서울방배경찰서는 이날 인질범인 양모(25)씨에게 인질강요 및 특수건조물침입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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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8-04-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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