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선거연령 하향’ 논란…“시기상조” vs “만16세로 낮춰야”

교육계 ‘선거연령 하향’ 논란…“시기상조” vs “만16세로 낮춰야”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3-23 16:37
수정 2018-03-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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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18세 이상 투표권’ 대통령 개헌안에 논란 재점화 “청소년 참정권 박탈은 어른의 폭력”…“학교 정치화 우려”

만18세 이상 모든 국민에 선거권을 부여하는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발표되면서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선거연령 하향이 다시 이슈로 부상했다.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청소년들에 대한 ‘선동’을 우려하는 보수단체 주장이 학교현장에서 뒤엉키고 있다.

선거권을 요구하는 청소년들 목소리는 국정농단 사태와 이어진 촛불집회를 거치며 커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23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고등학생 1천430명을 조사해보니 65.9%가 만18세로 선거연령을 내리는 데 찬성했다. 2016년 조사 때 찬성률이 24.7%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국정농단 사태가 청소년 정치참여 의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해온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6월 지방선거부터 만 18세도 투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22일부터 국회 정문 앞 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삭발에 참여한 김윤송양은 “참정권이 없다는 것은 정치뿐 아니라 일터와 학교, 가정 등 모든 사회구성에서 배제된다는 의미”라면서 “청소년 참정권 박탈은 어른이라는 권력으로 청소년에게 행사하는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만16세까지 선거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교육감 선거에는 만16세 이상부터 투표하도록 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강민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대통령 개헌안으로 선거연령 하향에 대해 논의할 좋은 기회가 마련된 것 같다”면서 “만18세로 하향을 시작으로 16세나 15세까지 선거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연령 하향에 신중하자는 쪽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정치 사안을 청소년이 제대로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 믿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정부가 국정과제에 만18세로 선거연령 하향을 포함하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정치적 판단능력이 아직 미흡하고 교실의 정치화 등 문제점이 예상돼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선거연령 하향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논의해본 적이 없는 만큼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선거연령이 만19세 이상인 국가는 한국뿐이다. 그러다 보니 유독 한국만 청소년을 시민으로서 미성숙한 존재로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국제 시민의식 및 시민성 교육 조사’(ICCS)를 보면 한국 만14세 청소년의 시민지식 평균점수는 551.2점으로 조사대상 24개국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 청소년은 유능한 민주시민으로서 역할 할 충분한 지식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시민지식 수준 B 레벨 이상’이 77.5%나 됐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강민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청소년들이 쉽게 선동당할 수 있다는 주장에 “다른 사람의 주장을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것이 오히려 미성숙한 행동”이라며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생각을 바꿔나가는 데서 민주주의의 역동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와 관련한) 대형교회 목사들의 설교내용이나 SNS를 통해 유포되는 가짜뉴스를 보면 어른들도 (선동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청소년이 ‘투표할 만한 시민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공감대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선거연령을 19세 이상으로 정한 공직선거법이 합헌이라며 “19세 미만은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을 충분히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박한철·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사회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고 이런 변화는 청소년을 비롯한 국민의 정치적 의식 수준을 크게 고양했다”면서 중등교육을 마칠 나이의 국민은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선거연령 하향을 둔 주장이 엇갈리면서 교육현장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자치와 참여를 강조하는 교육계 흐름을 고려하면 선거연령을 낮추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도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투자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정치문제를 이해하고 고민할 여유가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다만 선거권을 주면 정치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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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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