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문학계 미투 여파… 서울도서관 ‘만인의방 ’ 어쩌나

[생각나눔] 문학계 미투 여파… 서울도서관 ‘만인의방 ’ 어쩌나

최훈진 기자
입력 2018-02-11 22:54
수정 2018-02-12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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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육필 원고 전시 등 기념사업 성추행 논란에 시민 항의 잇따라

문학관 건립 추진 수원시도 난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학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도서관 3층에 고은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상설전시 공간인 ‘만인의방’을 이미 조성한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다. 고은 시인이 그동안 후배 문학인들에게 성추행을 일삼아 왔다는 문학계 폭로가 최영미 시인을 시작으로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만인의방을 운영 중인 서울도서관에는 시민들의 문의·항의 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고 한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11일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 등 민(民)의 역사를 다룬 시집 ‘만인보’의 의미를 높이 사 조성한 공간인데, 당황스럽다”면서 “상설전시를 당장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내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 약 3억원을 들여 서울도서관 3층 서울문화기록관에 67㎡(20.3평) 규모로 만인의방을 만들었다. 고은 시인의 대표작 ‘만인보’(萬人譜)에서 이름을 땄다. 시인이 25년간 시를 집필한 경기 안성의 ‘안성서재’를 재현한 곳과 기획전시 공간 등으로 꾸며졌다. 한용운, 이육사, 김구 등 항일 운동에 투신한 위인에 대한 만인보 육필 원고 원본이 전시돼 있다.

도서관 측은 오는 4월 프랑스에서 만인보를 연구 중인 교수와 고은 시인을 초청해 대담하는 포럼을 이미 기획했고, 5월부터는 만인보 원고를 디지털 스캔해 온라인 홈페이지를 구축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계획을 그대로 추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입장이다.

이정수 서울도서관 관장은 “3·1운동 1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만인의방에서 시민들과 역사를 돌이켜 보는 북토크, 포럼 등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었다”면서 “사태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추이를 보고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학 중심 도시’를 표방하며 2013년 고은 시인을 경기 안성에서 ‘모셔와’ 수억원의 예산으로 장안구 광교산 자락에 주택을 마련해 주고 ‘고은 문학관’ 건립을 추진 중인 수원시도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 고은 시인을 향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원을 떠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은 시인은 2013년 수원화성행궁에서 열린 ‘세계작가 페스티벌’의 추진위원장을 맡고 일본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수원평화비 추모시를 헌납하는 등의 활동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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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8-02-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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