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도 내 가족”…특수학교 받아준 용인 유림동 주민

“장애학생도 내 가족”…특수학교 받아준 용인 유림동 주민

입력 2017-12-04 11:40
수정 2017-12-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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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3곳에서 주민 반대로 ‘퇴짜’…2020년 3월 개교 예정

장애인특수학교 건립을 위해 엄마들이 건립반대 주민들에게 무릎까지 꿇어야 하는 세태 속에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유림동 주민들이 오히려 특수학교 건립에 큰 도움을 줘 화제다.

4일 용인시와 유림동 주민들에 따르면 유림동 955번지 일대 1만5천5㎡ 부지의 용도가 최근 용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연녹지’에서 ‘학교부지’로 변경됐다.

이곳에는 경기도교육청이 238억원을 투입해 202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31개 학급(수용학생 199명) 규모의 공립 장애인특수학교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용인시에 사는 장애 유치원생, 초·중·고교생이 입학해 국비로 교육을 받는다. 장애학생의 취업교육을 위한 취업반 8학급(56명)도 운영된다.

도 교육청이 보상과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공사를 시작한다.

장애학생이 2천500여명에 달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가 기흥구에 있는 사립학교 1곳(150명 수용)밖에 없는 용인지역에서는 장애인 공립학교가 설립되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장애인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이 아님에도 학교건립이 추진되는 지역에서는 ‘내 집 앞’은 안된다는 반대 분위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월 5일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이 무릎을 꿇었고, 그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용인의 공립 장애인특수학교도 유림동 건립이 확정되기까지 4년이 걸렸다.

장애인특수학교가 유림동에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모현·포곡·유림·역삼 등 4개 지역을 지역구로 둔 용인시의회 자유한국당 이건영(65) 의원이다.

이 의원은 나이 40이 넘어서도 부모의 보살핌 없이는 성인으로 사는 삶을 살지 못하는 친구의 장애인 자녀를 보고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건립에 뛰어들었다.

3선 지방의원인 그는 학교용지를 물색하다가 2014년 수지구 성복동에서 적당한 학교 부지를 찾았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장애 학생과 부모를 위해서는 도심에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읍소했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의원은 결국 도심에서 좀 떨어진 모현면과 마평동을 대상으로 부지를 물색하기도 했으나 역시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학교가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반기는 곳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3선 의원을 하면서 주민들과 인연을 쌓아온 지역구 유림동밖에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6월 지금의 유림동 부지를 찾아냈다. 이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데다가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반대 민원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의원은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1년 가까이 설득했다. 처음에는 “안된다”, “왜 하필 이곳에다 지어야 하느냐”고 반대하던 주민들이 장애인특수학교 건립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마지막 최대 고비였던 학교 부지 소유자를 설득하는 일에도 주민 일부가 나서서 도움을 주면서 2개월간의 설득작업 끝에 승낙을 받아냈다.

이 의원은 “유림동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토지소유주의 ‘넓은 마음’이 있어 장애인특수학교를 건립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용인시도 “유림동 주민은 애초부터 조직적이거나 집단으로 장애인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지 않았다”면서 “물론 주민의 불만이 표출되기는 했어도 정식으로 시에 민원을 내는 일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림동 토박이인 박상훈(54) 유림동 통장협의회장은 “일부 반대하는 주민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 주민은 찬성하는 입장이었다”면서 “장애인 학생도 다 우리와 똑같은 가족이고 식구라는 생각을 하고 장애인특수학교가 절대로 혐오시설이 아니라고 반대 주민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장애인특수학교를 받아준 유림동 주민들을 위해 13억원을 들여 학교 인근 유림배수지에서 학교부지까지 300m 도로(폭 10m)를 신설하기로 했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어렵게 공립특수학교 부지를 결정한 만큼 장애학생들을 위해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시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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