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왕고래

[씨줄날줄] 대왕고래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26-09-17 00:15
수정 2026-09-1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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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 역대 정부마다 밖으로 눈 돌려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려는 ‘자원외교’ 또는 ‘자원정책’을 펼쳤지만 성적은 낙제점이었다. 포퓰리즘 논란도 거셌다.

흑역사의 시작은 김대중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 광구 등 해외 석유·가스 개발에 나섰지만 철수 사례가 속출했다. 노무현 정부도 해외 석유·가스·니켈 등 탐사 실패로 투자 손실을 봤다. 기업인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외교부뿐 아니라 총리실, 경제부처까지 동원했다. 캐나다·이라크 등을 상대로 석유·구리·니켈 등 자원외교에 나섰다가 한 사업에서만 수조원의 손해를 입었다. 가장 황당한 사건은 2010년 카메룬 ‘다이아몬드 게이트’. 현지 다이아몬드 매장량과 실현 가능성을 부풀린 투자 업체의 주가 조작 사건으로 비화해 업체와 정부 관계자들이 줄줄이 수사받고 일부는 유죄 판결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2024년 6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 섰다.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하며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여론의 반신반의 속에 정부는 시추 일정을 앞당기며 속도전을 벌였다.

그러나 2024년 말 시작된 시추 결과 정부는 ‘석유·가스가 경제적으로 개발할 만큼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석유공사는 추가 탐사를 중단했다. 대왕고래 사업과 다이아몬드 게이트가 닮은꼴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감사원이 어제 밝힌 대왕고래 사업 감사 결과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이 얼마나 무리하게 관여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는 정부의 ‘사업 불확실성’ 보고에도 당장 발표하려다가 참모진 만류에 하루 미뤄 대국민 발표에 나섰다. 2029년까지인 시추 계획도 “정무적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라며 본인 임기 내인 2027년 5월로 앞당기라고 지시했다. 결국 허황된 꿈은 깨졌고 막대한 예산만 낭비했다.



자원·공급망 경쟁 시대. 이재명 정부도 반면교사로 삼을 대목이다.
2026-09-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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