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연기 사태에도 의연한 수험생들…“안전 위한 조치는 당연”

수능연기 사태에도 의연한 수험생들…“안전 위한 조치는 당연”

신성은 기자
입력 2017-11-17 13:56
수정 2017-11-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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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후 첫 등교 서울 경복고 평소처럼 차분…‘위기를 기회로’

지진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지만, 아이들은 의연했다. 숱한 ‘국가적 재난’을 겪고 목도해왔기 때문인지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1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영하의 날씨에 긴장만 가득할 줄 알았던 학교는 서로에게 우스갯소리를 건네는 학생들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상황이 맞나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수능 연기를 절감하고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했고 지금도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지금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경복고 3학년 5반 김현재 학생은 “16일 수능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기돼서 당혹스러웠다”면서도 “안전을 위한 수능 연기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능 시간표에 맞춰 공부하고자 이날 수학영역 모의평가 문제지를 가져왔다는 김군은 “탐구영역이 약한데 일주일간 공부할 시간이 더 생겼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할 생각”이라면서도 “나태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김군은 수능이 여진 등에 또 한 차례 미뤄지면 어떻겠느냐는 다소 ‘잔인한’ 질문에 마치 정답을 알고 있는 문제를 만났다는 표정으로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또 연기돼도)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안전이 먼저라는 김군의 말은 대통령이나 당국자들이 내놓은 수능 연기 이유와 다르지 않았다.

이날 경복고는 애초 예정한 대로 4교시까지만 수업을 진행한다.

급식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경복고 측은 설명했다.

수업도 ‘자율학습’식으로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했고 교사들은 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답했다.

학생들 중에는 교복이 아닌 트레이닝복을 입은 이들도 보였다.

경복고 측은 “수능 날은 원래 편한 옷을 입어야 하는 만큼 수능을 준비하는 고3들에 한해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군과 같은 반 친구인 이승준 학생은 국어와 영어영역 모의고사를 풀 계획이라며 “두 과목은 문제 푸는 감을 잊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군은 이날 연세대 행정학과 수시모집 합격 결과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수능 연기 후 대학입시 일정이 미뤄지면서 일주일 더 기다리게 됐다.

그는 “방에서 공부하다 잠시 물 마시러 거실로 나왔다가 수능 연기를 알게 됐고 당황스러웠다”면서 “다음 주 수능도 또 미뤄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시험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3학년 8반 노승호 학생도 이군과 마찬가지로 연세대 수시 결과를 일주일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수능 연기 발표 때 공부하고 있어서 모르고 있다가 어머니가 알려주셨다”면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느낌에 ‘수능이 미뤄졌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바라본 적만 있지 진짜 연기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과인 노군은 “타임슬립한 것 같다”면서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틀렸던 문제를 다시 보면서 문제 유형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리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노군은 지진에 직접적인 피해를 본 포항지역 수험생들에게 “수능 날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점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면서 “어떻게 보면 경쟁자지만, 포항 수험생들도 차분히 준비해서 공정한 경쟁을 하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복도 한쪽에는 노군이 써놓은 ‘만약은 없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본인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라고 노군은 설명했다.

수능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지만 노군은 “어떤 친구들에게는 수능을 준비하는 데 더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수능이 연기되면서 실제 그렇게 됐다”면서 “여전히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만약은 없다’라는 말을 ‘설마 지진이 또 일어나겠어’라는 다른 뜻으로 이해하는 건 아닐까.

학생들은 수능 날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직 학교에서 안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조·종례시간과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해 대피훈련 1회를 포함한 지진피해예방 계기 교육을 17∼24일 사이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공문과 함께 내려보낸 교육자료 어디를 살펴봐도 수능시험 중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구체적인 행동요령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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